박인환 논설위원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발생한 ‘우한 폐렴’이 중국 전역은 물론 캐나다· 유럽 등지에서도 확진환자가 발생하는 등 전 세계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후베이성 보건당국은 어제(27일) 현재 2300명 이상의 확진환자가 나왔으며, 사망자도 80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26일 하루 사이에 확진환자는 371명 넘게 늘어나고, 사망자도 전일보다 24명이 증가했다. 자칫 ‘팬더믹(세계적 대유행)’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우한 폐렴’의 병원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로 지난 2003년의 사스(SARS,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2년 메르스(MERS, 중동 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처럼 전파매개와 중간숙주인 전통 수산시장에서 판매된 야생동물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스의 경우 박쥐와 중간숙주인 사향고양이에 의해, 메르스의 경우는 박쥐와 중간숙주인 낙타에 의해 사람으로 전파됐었다.
코로나(Corona)바이러스는 구형의 단백질이 왕관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자체는 인간이 걸리는 코감기 병원체일 정도로 치명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 약한 바이러스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가 바이러스의 가장 큰 특징인 돌연변이를 일으키면서 인간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다.
사스나 메르스, ‘우한 폐렴’처럼 동물과 사람간에 서로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해 발생되는 감염병을 ‘인수(人獸)공통전염병’ 혹은 ‘인수공통감염병’이라 한다. 이들 감염병은 동물에서 사람으로의 감염을 떠나 사람간 전염이 이뤄진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인수공통전염병은 ‘백신’을 만들기 어렵고, 개발한다 해도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한 폐렴’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는 중국 방역당국의 늑장대응과 불투명한 정책 결정이 한 몫 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중국 당국은 첫 환자 발생 이후 10여일 지나서야 우한에서 외부로 나가는 공항· 철도 이용객들의 발열검사를 시작했을 정도다. 지난 2002년 중국에서 처음 시작돼 전 세계를 두려움에 떨게했던 사스 사태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중국 정부가 초동 대응에 실패하고, 정보공개를 소홀히 하면서 전 세계 37개 국에서 774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우한 폐렴’에 대비한 백신이나 특정 치료법은 아직 없다 철저한 예방과 방역이 최선이다. 국내에서도 이미 4명의 확진사례가 나왔다. 감염병은 ‘초기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응해야 확산을 차단할 수 있다’는 진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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