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의 미래가 현실이 되는 시점이 도래했다. 지금 현재 30대 중후반을 살아가는 어른이들은 어렸을 적 이 애니메이션을 시청했을 때 2020년이 다가오지 않을 것 같은 아주 머나먼 미래로 느꼈을 것이다. 비록 현실은 만화처럼 비행선을 타고 외계로봇과 싸우기 위해 우주를 날아다니거나 캡슐로 된 알약으로 식량을 대체하는 일상을 보내진 않지만, 어느새 30대가 되어버린 나는 외계로봇 대신 매일 보이지 않는 현실의 불안함과 싸우기 위해 하루를 버텨내고 있으며 간편한 인스턴트푸드로 공허한 마음속 허기를 채우곤 한다.
위에 언급한 애니메이션은 프랑스 칸 필름마켓 TV 시리즈 부문에서 만화 강국인 일본의 작품을 제치고 최우수 작품상을 받을 만큼 완성도 높은 수작이라는 평단의 평가를 받았고 프랑스와 일본에 수출되었다. 무엇보다 그 당시 KBS에서 세계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역량 있는 한국의 제작자들을 한데 모아 만든 국가적 지원을 받은 첫 애니메이션이었다. 이후 꾸준한 지원과 척박한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규모를 키우는 인식전환의 계기가 있었더라면 더 큰 발전이 있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을 정도로 국산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문화 예술적으로 좋은 창작환경을 만들어 가능성 있는 청년작가들이 싹을 틔우는 토양과 토대를 만드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하는 부분이 있다. 물론 자생력을 갖자는 의미에서 처음부터 지원 없이 버텨보는 것도 중요한 과정일 수 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이어진 도내 예술대학의 축소와 순수미술 관련학과의 폐과 과정을 통해 작가의 배출구가 좁아진 현실에서 지역 예술계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한다면 예술의 씨앗인 우리 지역 청년작가들을 어떻게 보듬을 것인가는 문화예술 도시를 지향하는 전주시와 전라북도가 가져가야 할 큰 과제이다.
그 지역의 문화예술 생태계를 볼 때 중간 청년층의 두꺼운 분포가 건강한 상태를 말해주듯 건강한 싹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산소(문화예술)를 만들어주는 숲(작가군)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무의 성장 과정 중에 스스로 자생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자양분(지원)과 가지치기(관심)가 필요하듯이 전주시와 전라북도의 청년작가들을 위한 꾸준한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것이다. 전주에서 매년 공모가 이루어지고 있는 ‘이동형 갤러리 꽃심’과 작가와 직접 매칭하여 진행되는 ‘예술 있는 승강장 조성사업’ 그리고 전주시, 전라북도, 완주군의 신진, 청년작가들에게 주목한 창작지원 프로그램은 그 좋은 예이다. 더 많은 우리 지역의 청년작가가 참여하고 지원받을 수 있도록 확대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도내의 공공기관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통한 창작공간지원과 전시공간지원, 비평가매칭, 도록제작, 작품운송을 포함한 세분화된 지원은 청년작가들에게 더욱 효율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글의 서두에 언급한 애니메이션 주인공의 이름은 ‘아이캔’으로 영어로 ‘할 수 있다’라는 가능성의 뜻을 지니고 있다. 척박한 국내 애니메이션 환경 속에서 세계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 분투했던 그 당시 제작자의 각오와 희망으로도 보이는 주인공의 이름은 첫 방영 후 30년이 지난 현재에도 물음표를 지닌 채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 지역의 소중한 예술의 씨앗들이 가능성에서 끝나지 않고 비옥한 터전에서 성장하여 풍성한 문화예술의 숲을 이루길 간절히 바라본다.
/김성수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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