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대피로 등 무용지물
진입 차단시설 뒤늦게 작동
환풍설비도 제대로 안 갖춰
48명의 사상자를 낸 남원 사매 2터널 사고는 미흡한 안전시설과 안전불감증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사고 장소인 사매 2터널은 관련법에 따른 소화기와 대피로, 비상전화 등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사고 당시에는 전혀 활용할 수 없는 무용지물이었다.
18일 전북소방본부와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712m 길이의 사매 2터널에는 상·하행선을 합쳐 소화기 60개, 유도표시등 12개, 비상콘센트 28개, 비상방송설비 1개, 비상전화 8대, 내부 CCTV 8대, 대인용 연결통로(비상구) 등의 안전설비와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이렇게 많은 소화기와 안전시설이 있었지만 이번 사고에서 거의 활용되지 못했다. 더욱이 비상구 출입문이 터널 중앙부에 위치해 대피를 어렵게 했다.
특히 터널 내부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외부 차량의 진입을 신속히 차단해야 하는 터널진입차단시설도 사고가 발생한 4분 후에야 작동했다. 4분동안 대형 트레일러와 위험물을 가득실은 차들이 진입해 연쇄 사고를 일으켜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아울러 터널에는 유독가스를 외부로 배출할 수 있는 환풍설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현행법에는 터널 위험도의 방재등급 1~2등급만 제연설비를 설치하고, 사매터널과 같은 터널길이 1km이내의 3등급은 자율적으로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
이번 사매터널 사고의 경우 유독가스 배출에도 정작 제연설비가 없어 속수무책이었다. 터널과 같은 사고 취약지에 대해 관련법 개정을 통한 안전시설 강화가 필요한 대목이다.
정기성 원광대학교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참사는 안전불감증이 나은 참사다”면서 “산악지대가 많은 우리나라 지형상 빠르고 안전하게 이동하기 위해 터널 건설이 증가하고 길이도 길어지고 있다. 터널 교통량의 증가로 위험성 역시 날로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터널 사고는 진화나 인명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고 급격한 연소 확대 및 농연 확산 등 현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며 “관련법 개정을 통한 터널 소방방재시설 의무 대상을 확대하고, 터널 내 소화설비 활용 등에 대한 충분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정규·엄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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