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사매터널 참사. 경찰, 국과수, 소방, 남원시, 환경부 등 합동 감식
터널 입구 유리, 차량 파편들 널브러져 있어. 터널 내부는 어두워
터널 입구부터 당시 화재 상황 알 수 있는 그을음으로 가득
40여명의 사상자를 낸 남원시 사매면 순천~완주 고속도로 상행선 사매 2터널 사고현장에 18일 경찰·소방·남원시·도로교통공단 등 유관기관 합동감식이 진행됐다. 이 사고로 차량 30여대가 잇따라 추돌해 현재까지 5명이 사망하고 43명이 다쳤다. 사고현장은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알 수 있는 흔적들이 가득했다.
처참했던 사고현장
사고 발생 하루가 지났음에도 남원시 사매면 순천~완주 고속도로 상행선 사매 2터널의 사고현장은 처참했다. 터널 입구에서부터 탄내가 진동했고, 터널 입구에 유리와 차량들의 파편들이 널부러져 있다. 한켠에는 17일 사고 후 빼낸 대형 화물차가 불에 타 주저앉아 있었다. 화물차 주변의 도로에는 당시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을 듯한 검은 타이어 자국이 여러 곡선을 그렸다. 터널 입구에 통행여부를 알려주는 표지판은 검게 그을렸다.
터널 내부는 입구의 사고차량 외에 아무것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다. 화재 등으로 인해 조명이 모두 꺼져서다. 미처 빼지 못한 탱크로리 2대가 사고 당시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낮 12시30분까지 1시간 30분 동안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현장감식을 진행했다. 현장감식에 경찰과 소방, 환경부, 남원시, 도로공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참여했다.
710m의 짧은 터널, 왜 대형 참사 발생했나
사매 2터널의 가장 유력한 사고원인으로는 도로 결빙(블랙아이스)으로 지목되고 있다. 공개 된 CCTV를 보면 낮 12시20분께 사매 2터널 내부에서 1차로 트레일러와 화물트럭의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이들 차량은 비상등을 켜고 뒤 차량들에게 상황을 알렸다. 몇몇 차량은 이들 차량을 피하기 위해 긴급정차하는 모습도 보였다. 접촉이 있었다 하더라도 경미한 접촉사고였다. 하지만 뒤 따라오던 질산 1만8000ℓ를 실은 탱크로리가 도로에서 미끄러지며 앞 차량들을 덮쳤다. 이 과정에서 탱크로리 쪽에서 불이 났다. 이후 뒤따르던 트레일러와 탱크로리가 잇따라 추돌하면서 더 큰 불이 발생했고, 다른 차량들로 번졌다.
이에 대해 한국도로공사는 “사고 전날부터 계속적으로 제설작업이 이루어졌으며, 당시 사고난 지점도 오전 11시56분에도 제설작업이 이루어졌다”며 “제설작업이 이루어진 구간은 우천 시 도로 상태와 비슷하다”고 도로결빙으로 인한 사고를 부정했다.
사고 당시 터널진입차단시설의 뒤늦은 작동도 한몫 했다. CCTV 기준 낮 12시 20분께 사고가 발생하기 시작한 뒤 신고가 접수된 23분에도 당시 차단시설은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 접수 5분 뒤인 12시 28분에서야 터널차단시설이 내려졌다.
터널 비상구도 무용지물이었다. 터널 내에 위치한 비상구는 길이에 따라 다르지만 300m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는데 사매2터널의 경우 터널 초입인 100m 지점에서 일어났고 탱크로리 전복으로 200m 앞에 있는 비상구로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터널 내에 환풍시설이 없어 초기진화가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됐다. 터널 내 환풍시설은 1000m 이상되는 터널에 설치하게 되어 있는데 사매2터널은 710m에 불과해 환풍시설을 설치되어있지 않았다.
실제 유독가스와 검은연기가 터널 내에 가득 차 사고현장 수습이 늦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는 처음 사고 지점보다 탱크로리가 전복된 지점에서 피해가 컸다”며, “대피가 어려웠던 부분도 유독가스와 검은 연기가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정규·엄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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