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도내 모 극단 대표의 성추행 고발 기자회견으로 점화된 전라북도 문화예술계의 미투운동은 연이은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폭로와 고발에 이어 이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위드유’로 확산되면서 지역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이후 성폭력을 개인 대 개인의 사적인 문제로 치부하던 과거와는 다르게, 문화예술계의 창작 환경 전반에 대한 구조적 문제의 개선을 요구하는 창작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또한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폐쇄적 구조, 소수 기득권의 권력 독점, 작품 내 빈번한 여성혐오적 표현, 불평등한 성별권력, 인맥과 품평중심의 진입 장벽 등 문화예술계에 만연한 문제적 창작환경이 함께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예술인 당사자들의 자정적 움직임은 물론이거니와 안전하고 평등한 창작 환경을 위한 지자체와 문화재단의 성평등 정책에 대한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미투 이후 정부는 성차별 해소를 위한 양성평등정책관을 문체부와 법무부, 교육부를 비롯한 8개 부처에 신설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는 2020년 <문화비전 2030> 을 통해 ‘성평등 문화 실현’이라는 의제를 중요하게 다루었다. 그러나 이러한 대내외적 상황과는 다르게 우리 지역의 행정은 성폭력 사안 중심의 대응 방식으로 일관했다. 성평등을 중요 과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지역문화 발전에 흠결을 내는 것으로 오인해 정책적 연구와 시스템 마련이 더디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여 있다. 또한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특정 성별 및 나이대를 성적 대상화한 작품을 창작하거나 작품 내 빈번한 여성혐오적 표현에 대한 여과 없는 재현, 자유분방함을 넘어선 성적 표현을 예술적인 자유로움으로 용인하곤 했다. 그러나 예술가의 창작물은 예술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예술가의 성인지 감수성 함양을 위한 교육과 창작 환경 개선을 도모하는 행정의 성평등 정책 마련은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본 필자는 네 가지 정책 제안을 이미 2019 전주문화논총에 실은 바 있다. 문화비전>
첫째, 문화예술 기반 조성 및 제도 개선. 전담부서 신설 및 성평등 자치규약 제정, 실태조사 실시, 성폭력 근절 서약서 의무화, 성폭력 사안에 관련된 매뉴얼 마련, 예방교육 의무화 등이다. 둘째, 문화정책 전문인력 양성 및 활동 지원에서 젠더 관점 갖기. 교부금 심사위원 성별 균형 및 성인지 감수성 교육 의무화, 범 예술인 대상 포럼 및 세미나 개최를 통한 현장 자정의 기회 마련, 문화예술계 내 젠더 문제 해결 소모임 지원에 관련한 정책이다. 셋째, 문화 프로그램에서의 성평등 감수성 제고. 왜곡된 성별 고정관념 혹은 성차별적, 여성비하적 편견이 내재된 작품 소비 지양을 위한 캠페인이 필요하다는 정책이었으며 마지막으로 문화예술 지원사업 및 운영에 있어서 젠더 관점 가이드라인 제안에 대해 교부금 지원 창작물에 대한 젠더 관점 가이드라인 안내물 제작, 젠더 감수성 평가지표를 통한 사업 반영등 에 관한 정책이었다.
문화예술계의 ‘미투’는 단순한 이슈를 넘어서 시대적 정신이 되었다. 더는 아픈 과거가 재생되지 않도록 누구도 방관해서는 안 된다. 이제라도 성평등한 문화예술계를 위한 시스템 구축을 가장 중요한 정책적 과제로 인식하고 안전하고 평등한 창작 환경 만들기를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송원 배우다컴퍼니 대표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