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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떠올린 두 분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

하반기, 코로나19와 관련한 2차 대유행 예고가 있습니다만 우리 국민께서는 이미 경험을 통해 충분한 학습을 하셨기에 예측과는 다른 희망적인 결과를 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편 저 자신이 방역담당자이므로 보다 나은 대처로써 우리 국민을 모셔야 하겠기에 지혜의 대명사로 알려진 솔로몬임금께 여쭸습니다. “코로나 대응, 어떤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다 알면서 굳이 왜 옛사람인 날 깨우나?” 하십니다. 얻은 게 없어서 서운한 마음에 존경하는 허준 선배님께도 여쭸습니다. 역시 같은 답을 주십니다. “지금처럼 높은 문화·문명의 시기에 내가 옛것으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겠나? 이 사람아!” 하십니다.

말씀이 맞습니다. 우리는 분명 그분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매우 수준 높은 의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겨우 미생물인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이 이처럼 어렵고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개개인의 하나 됨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 아닐까 합니다. 역지사지(남과 처지를 바꿔 이해함)라는 사자성어를 몰라도 잘 지키시는 분들과 한자로 쓰기까지 하시면서도 전혀 지키지 않는 분들로 우리 사회는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 동료들에게 묻습니다. 제가 만약 일제 강점기에 살았다면 어떤 역할을 했을까요? 라는 물음에 “독립군·광복군”이라는 답을 주더군요. 제 동료들이 저를 의식하곤 정직한 답을 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여튼 ‘땡’ 틀렸습니다. 제가 왜 그런 고난의 길을 택하겠습니까? 저는 아주 쉬운 길, 악랄한 일제의 앞잡이가 되었을 것입니다. 제 동료들에게 다시 기회를 주기 위해서 물었습니다. 그럼 6·25 사변 때라면 어땠을까요? 라는 질문에 동료들이 서로 눈치를 보면서 “국방군? 인민군?” 하며 이번엔 답이 둘로 나뉩니다. 역시 결과는 ‘땡’입니다. 제가 왜 그리 힘들게 하나만 고집하겠습니까? 당연히 양다리죠! 낮엔 국방군, 밤엔 빨갱이! 너무도 암울하고 어려운 시대 상황에서도 이 땅을 지켜주신 선열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분들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 자기 자신을 낮추고 뭉친 결과로 독립과 후대의 번영에 이바지하셨습니다. 감염병 대응에도 자기 자신을 낮춰야 가능합니다. 스스로에겐 엄격하고 타인에겐 관대한 구성원들의 사회라면 감염병으로부터도 자유로울 것입니다. 코로나19 극복, 방역수칙준수면 족합니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안전한 거리로 여겨지는, 침방울이 다다르지 않는 거리, 신체접촉이 불가능한 거리, 때론 지켜지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 시행, 서로를 위한 노력에 의해서만 가능합니다.

군중 앞에 사람이 쓰러져있습니다. 심폐소생술을 펼치는 사람이 주변에 119신고를 요청해도 대부분 당황하여 서로에게 미루거나 어쩔 줄 몰라 합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개선코자 한 사람을 분명하게 지명토록 했습니다. “거기 파란색 셔츠를 입으신 분이 119에 신고해주세요.” 이런 역할 구분으로 소중한 생명을 구하게 됩니다. 이처럼 개개인으로 구성된 공동체에서는 누군가 역할을 맡아서 이끌어주셔야 합니다. 책임감이 강한 분, 헌신봉사의 마음을 가진 영향력 있는 분, 이런 분이라면 방역관리자로서 역할에 참 잘 어울리실 것입니다. 이런 분으로 인해 공동체의 안전은 지켜집니다.

코로나 대응, 서로를 위한 염려와 배려로 가능합니다.

 

△강영석 과장은 전북대 의대 의학과를 졸업하고 전라북도 방역관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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