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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부지 치솟는 금값

박인환 논설고문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주말인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금값은 전날 보다 온스(금의 경우 1트로이온스는 31.1035g=8.294돈)당 0.4%, 7.5달러 오른 1897.50달러 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2011년 8월 유럽 재정위기 당시 세워진 온스 당 1891.90달러의 종전 최고치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올해들어 상승한 가격 폭만도 이미 25%에 달한다.

국내 금시장 역시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다. 24일 한국 금거래소(KRX) 금 시장에서 1㎏ 짜리 현물의 1g당 가격은 전 거래일 보다 1.94% 오른 7만3940원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격을 넘어섰다. 이를 통상 통용되는 1돈(3.75g)기준 반지로 계산하면 27만7275원에 달해 실제 소비자들이 살 때는 30만원 넘게 지불해야 한다. 예전 돌잔치 선물하면 단연 금반지였다. 이젠 더 이상 부담없이 주고 받을 수 있는 선물이 아니게 됐다.

국제 금값이 이처럼 폭등세를 보이는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수요 증가가 주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 각국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돈 풀기에 나서면서 늘어난 유동성과 달러 약세 현상및 저금리도 금값 오름세를 일으킨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영사관 폐쇄로 빚어진 갈등 고조도 안전자산인 금 수요를 부추긴 돌발 사태로 보고 있다.

과거 금값이 오를 때는 반지나 열쇠·거북이 같은 장신구·기념품 같은 형태로 금을 보유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디자인이나 의미 보다는 중량·순도를 따지는 추세다. 새로운 ‘금테크’ 방법은 밀레니얼 세대가 이끌고 있다. 증권시장에 익숙한 젊은 층들이 금을 투자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환금성이 좋은 99.99%의 골드바를 구매하는가 하면 금 적금에 들기도 한다. 골드뱅킹과 펀드도 여전히 선호하는 방법이다.

금값 형성의 또 다른 변수는 전 세계 매장 총량이다. 한국 금거래소가 지난해 공개한 전 세계 금 보유 총량은 17만8000톤인데, 매장량 총계는 7만7000톤에 불과하다. 매년 채굴되는 금 총량이 2500∼3000톤 가량 추산되는데, 이를 단순 계산할 경우 전 세계 금 채굴가능 연한은 앞으로 25∼30년 가량이다.

금은 다른 자원과 달리 생산을 늘리려는 의지가 있어도 원활한 공급이 불가능한 공급 제한성을 지니고 있다. 금화가 나오기 전부터 화폐로도 사용돼 현재까지 화폐가치의 기준이 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금값이 온스 당 3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속에 각국이 경쟁적으로 돈을 풀면서 빚어지고 있는 금값 상승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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