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서 11년 그라운드 누빈 이동국 은퇴 기자회견
“전북팬들에게 감사 자주 내려오겠다”
“정신 나약해지는 게 싫어 은퇴 결심”
“2009년 전북서 첫 우승 최고의 기억”
“당장 지도자하겠다는 생각 아직 없다”
‘K리그의 살아 있는 전설’전북현대 이동국이 23년 프로선수 여정을 마무리하고 정들었던 그라운드를 떠난다.
이동국은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현역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이동국은 기자회견에서 “전주는 제2고향이다. 전북에서 얻은 게 너무 많이 있기 때문에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다”며 “이곳에서 10년 넘게 운동을 하면서 전북팬들이 보내준 응원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넘게 전북팬들과 함께 했지만 볼때마다 저를 어렵게 대하지 않는다. 저를 친숙하게 생각해줘 너무 고맙다”면서 “전북은 묘한 매력이 있는 곳이다. 언제나 제 가슴속에 전주를 제2의 고향으로 간직하고 자주 내려올 계획이다”고 말하며 전북에서의 특별한 기억을 전했다.
특히 2009년 전북에서 첫 우승을 일군 기억을 23년간 이어온 선수 인생 최고의 기억으로 꼽았다.
이동국은 “2009년 전북에 입단해 첫 우승컵을 들었을 때도 최고의 순간이다. 내 축구 인생에서 가장 화려했던 시간이 아닐까”라며 회상했다.
이날 현역에서 물러나는 심경도 밝혔다.
올해 무릎을 다쳐 2개월간 장기 이탈했고, 이 과정에서 은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이번 부상을 당하면서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보니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닌데도 욕심을 내서 들어가려고 했다. 불안한 모습을 많이 느꼈다. 몸이 아픈 것은 참을 수 있어도 정신이 나약해지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라는 은퇴를 결심한 배경을 밝혔다.
특히 자신을 키워준 최강희 감독에게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그는 “은퇴를 할 때 쓸쓸히 떠나가는 선수가 많았다. 2006년에 전북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그 뒤로 저와 같이 전북 역사를 일궈냈다. 제가 모르는 저의 기량을 이끌어내주신 분이다. 평생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은퇴후 지도자 준비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지도자 준비를 하고 있지만 당장 지도자를 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특별히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한다. 선수들이 무엇을 잘할지 생각한다. 제가 무언가를 가르친다는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38년 K리그 역사상 ‘최고’라고 불릴 만한 활약을 펼쳤다. 1998년 포항 스틸러스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동국은 광주 상무, 성남 일화를 거쳐 2009년 전북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면서 K리그 통산 547경기에 출전해 리그 통산 최다 228골-77도움을 기록했다.
특히 전북 유니폼을 입은 뒤로는 K리그 우승 7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등을 함께 하며 ‘제2의 전성기’를 보냈다.
국가대표로도 굵은 족적을 남겼다.
1998년 처음 발탁된 뒤 1998년(프랑스)과 2010년(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출전하는 등 A매치 105회(역대 10위)에 출전해 33골(역대 공동 4위)을 넣었다.
이동국이 프로 무대에 뛰어든 이후 각급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지금까지 뛴 공식경기 숫자는 총 844경기이며 통산 득점은 344골이다. 둘 다 역대 한국 선수 중 최고기록이다.
하지만 늘 웃기만 한 건 아니다.
거스 히딩크 전 축구대표팀 감독으로부터 외면받아 2002년 한·일 월드컵을 TV로 지켜만 봐야 했고, 2006년 독일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는 무릎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두 차례 해외 진출에 도전했으나, 모두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달렸고, 결국 누구보다 오래, 행복하게 그라운드를 누빈 선수가 됐다.
그는 “좌절할 때마다, 나보다 더 크게 좌절한 사람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보다는 내가 행복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이겨냈다”고 말했다.
전북은 오는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대구FC와 K리그1 시즌 최종전을 치른다. 전북의 통산 8번째 우승을 확정할지도 모를 이 경기가 이동국의 마지막 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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