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선우 문화예술공작소 작가
요즘 돈을 벌었으니, 밥을 사겠다며 친구가 카드를 내민다. 넌 아직도 안 하냐며 긁듯이 묻는다. 수다 떨 듯 가벼이 다가온 말은 묵직하게 가슴을 두드린다. 남이 하니까 나도 해봐야 한다는 조바심. 그것이 원인일까. 요즘 이거 안 하는 청년들은 없단다. 일 이야기를 하다 누군가에게 또 듣는다. 안 작가님, 아직도 주식 안 하세요?
2020년은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코로나19는 평범하고 당연했던 우리의 일상을 앗아갔다. 세계인구의 1%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180만 명 이상이 희생됐다. 언택트로 송년을 보내고 신년을 맞이했다. 친구들과 다시 학교 운동장에서 뛰놀고 싶다는 아이와 다시 가게 문을 열고 싶다는 아버지의 2021년 새해 메시지는 음울하게 들려왔다.
아무리 기다려도 가고 싶던 채용 공고가 뜨지 않는다. 높고 좁아진 취업문은 바늘구멍이 아닌 나노구멍이라 부른다. 2021년 고용시장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뉴스에 청년들의 한숨만 깊어진다.
2020년, 20~30대 청년의 빚이 급하게 늘어났다.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다. 청년들은 빚을 내어 불안한 미래를 주식으로 채운다. 주식설명회에 청년이 대거 몰리고, 주식 관련 유튜브로 하루를 시작하는 청년이 많아졌다. 일자리는 없지만, 시간과 스마트폰이 있기에 청년들 사이에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한다.
취업한 청년들 사이에서도 주식은 뜨겁다. 월급은 티끌이고 주식은 대박이라는 말과 퇴사해서 큰돈을 만졌다는 말이 떠돈다. 빚투(대출을 통한 주식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로 한주라도 움켜쥐려 애쓴다.
필자는 학사는 국문학을, 석박사는 경제학을 전공했다. 전공이 바뀐 이유는 신문이었다. 경제면을 아무리 읽어봐도 자신이 한국인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경제학에 도전했다.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하기 전에는 주식 프로그램 진행자를 꿈꿨다. 서울에서 주식 프로그램 진행자를 만난 적이 있다. 강원도로 캠핑도 다니며, 전문투자자들과도 어울렸다. 대화의 주제는 주식이었다. 필자를 한동안 지켜보던 주식 진행자는 만약 자신이 다시 태어난다면 주식이 아니라 기타를 치겠다고 말했다. 너는 아직 젊은 청년이니, 예술을 하라고 했다. 그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대학원 세부 전공으로 금융을 선택했다. 투자 관련 수식을 공부하고, 논문을 쓰며, 금융 관련 연구직을 희망하기도 했다. 경제학도 치고 주식 안 하는 사람 없다지만 필자는 한 번도 주식을 사 본 경험이 없다. 그렇게 박사를 수료하고, 극작가가 되었다. 현재는 글쓰기를 업으로 삼아 평생을 살아보겠다고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왜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가.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주가가 오르내리는 시장에서 소신을 잃지 않는 투자자가 될 자신이 없었다. 같이 살면 투자요, 혼자만 잘살면 투기다. 주식시장에서 같이 잘 살자고 투자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주식투자란 동업자를 선택하는 것이고, 평생 함께할 회사의 주인이 되는 것이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자자의 말을 이쯤에서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20대에게 남은 유일한 사다리가 주식이라고 외치는 청년들에게, 그만두라고 쉽게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주식투자로 청년의 일상마저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당연하고 평범했던 일상이 코로나19로 무너졌던 것처럼 말이다.
모두 입장했습니까?
아직도 들어가지 못한 1인이 남아있습니다. /안선우 문화예술공작소 대표
△안선우 대표는 판소리극 ‘화용도’와 창작음악극 ‘여인, 1894’, ‘꽃 찾으러 왔단다’ 등의 극본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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