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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항, 국내 주요 항만 지위 상실했다

안봉호 선임기자
안봉호 선임기자

얼마 전 외지인이 군산을 방문했다.

그는 사적인 자리에서 시 공무원을 만나 군산항에 대해 질문했다. 군산항의 역사와 규모, 주된 화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 몇 가지를 물었다. 질문은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었다.

시 공무원은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고 우물쭈물했다. 외지인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명색이 항구도시에서 근무하고 있는 시 공무원이라면 군산항에 대해 기본적인 것은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 공무원과 헤어진 후 그는 "군산항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이유가 있었구나" 라고 말했다.

시 공무원이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 대답을 하지 못할 정도로 무관심한데 어떻게 군산항이 발전하겠느냐며 아쉬워했다.

1899년에 개항한 군산항은 부산, 인천, 목포항에 이어 마산항과 함께 국내(남한)에서 4번째로 문을 연 무역항이다.

개항의 유구한 역사만큼 그동안 국내 주요 항만으로서 줄곧 전국 10위권 내에 랭크돼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전국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종전에는 해양수산부 홈페이지의 국내 주요 항만에 군산항이 이름을 올렸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대열에서 밀려나 국내 주요 항만으로 소개되지 않으면서 그 지위조차 상실했다.

해양수산부의 지난해 전국 항만별 물동량조사 결과 전국 30개 무역항 중 군산항의 물동량은 12위로 파악됐다.

부산, 광양, 울산, 인천, 평택·당진, 대산, 포항, 동해·묵호, 마산, 목포, 보령항의 뒤를 이었다. 개항 역사가 일천한 항만들이 군산항을 제치고 올라선 것이다.

지난해 군산항의 물동량은 1813만톤으로 전국 항만물동량 14억9734만톤의 1.2%에 그쳤다.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경쟁항만인 목포항에 추월을 허락하지 않았다. 지난해 목포항의 물동량은 2298만톤이었다. 순위가 뒤바뀐 지 수년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군산이 ’항만 업무가 국가 사무’라며 방관자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탓이다.

정치권은 물론 대다수 시 공무원의 무관심이 초래한 결과다.

군산항은 가장 무거운 형벌인 ‘무관심형’을 받아 오고 있다.

그렇다면 군산항의 활성화를 위한 답은 무엇일까. 답도 간단하다.

관심을 가지면 된다.

항구도시인 군산시의 문화· 예술· 관광· 역사· 도시계획 등의 근저에는 항만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 또한 군산시의 미래성장동력의 열쇠도 항만이 쥐고 있다.

그런 만큼 시 공무원들은 우선적으로 항만에 대한 관심을 갖고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시가 일정 자리를 개방, 항만전문가를 수혈해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해수청과 협약을 맺고 매년 일정시기에 새내기 공무원들로 하여금 군산항을 견학하면서 항만의 역할과 중요성을 미리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매번 선거를 앞두면 ’군산항 활성화!’, ’항구도시 군산!’라는 말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그 말들은 거의 자취를 감춘다.관심을 갖지 않으면 도내 유일의 수출입 물류거점인 군산항의 위상은 어디까지 추락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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