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대구파티마병원 신장내과 과장
“치킨 시켜라 쿠폰 모아라 이젠 치킨 타임. 벨이 울린다 치킨이 왔다 다린 내꺼다 목은 니꺼란다.” 빅뱅의 ‘판타스틱 베이비’를 패러디한 ‘판타스틱 치킨송’이라는 노래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외출, 모임이 어렵다 보니 음식 포장, 배달이 급격히 늘어났다. 요즈음 어지간한 음식은 다 배달 가능하지만 그중 가장 많은 것은 치킨이 아닐까 한다.
치킨, 찜닭, 삼계탕, 닭개장, 닭갈비, 통닭, 닭볶음탕, 닭튀김, 닭발, 닭똥집… 닭이 없었다면 우린 뭘 먹고 살았으며 맥주는 뭐랑 마셨을까 싶을 정도로 닭은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절대 식품’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10억 마리 이상 닭이 도축되어 국민 1인당 한해 평균 약 20마리의 닭을 먹는다. 세계적으로도 닭은 가장 많이 사육되고 도축되는 동물로, 매년 660억 마리가 도축된다. 2~7위(오리, 토끼, 돼지, 양·염소, 칠면조, 소) 다 합쳐도 닭의 1/4도 안 된다. 그리고 코로나19 대유행 후 닭의 희생은 훨씬 더 많아졌을 것이다.
닭은 동남아시아 일대에 서식하던 야생 조류로 기원전 8천~6천 년경 인류는 달걀을 얻기 위해 이 새를 마당에 들였다. 가축이 되면서 포식자로부터 보호받게 된 닭은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알 낳기에 쏟아 부어 인류의 ‘달걀 자판기’가 되었다. 만성 단백질 부족에 시달리던 인류에게 닭이 전파되면서 닭은 인간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이 되었지만 귀해서 닭고기는 알 못 낳는 폐계를 잡아먹는 정도였다. 그래서 프랑스 앙리 4세는 “백성이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 닭고기를 먹을 수 있는 태평성대 나라로 만들어라!”라고 하였고, 1928년 미국 대통령 후보 허버트 후버는 ‘모든 가정 냄비에 닭고기를’이라는 구호로 선거운동을 펼칠 정도였다. 하지만 1960년대 복합사료공장이 들어서고 기업형 닭 사육이 시작되면서 한 마리를 푹 삶아 약간의 고기와 많은 국물을 여럿이 나누어 먹다가 비로소 온전한 한 마리를 굽고 튀겨서 먹는 ‘일인일닭’ 시대가 열렸다.
“뭐 먹고 싶은 거 없냐?” 시골 할머니가 도회지에서 온 손자에게 묻자 “꼬꼬댁 꼬꼬 치킨이 먹고 싶다”고 대답한다. 할머니는 장에서 사 온 닭을 푹 삶아 손자에게 내어놓자,
“이게 무슨 치킨이야. 치킨이라고 했잖아 프라이드! 누가 물에 빠뜨리래?”
김을분 할머니와 국민 남동생 유승호가 주연한 영화 ‘집으로’의 한 장면이다.
치킨은 닭과는 다른 음식이다. 사전에도 ‘치킨은 닭에 밀가루 따위를 입히고 튀겨 만든 요리, 굽기도 한다’고 적혀있듯, 끓이거나 볶는 것은 닭(닭백숙, 닭갈비, 닭볶음탕…)이고 튀기거나 구웠을 때 닭은 비로소 치킨으로 승화한다.
치킨도 역사가 있다. 켄터키 치킨으로 대변되는 미국 출신 치킨은 한국에서는 1970년대 전기구이통닭으로 시작하였다가, 식용유 공급이 원활해지면서 후라이드치킨으로 탈바꿈하고, 양념치킨으로 거듭나더니 급기야 청출어람청어람(靑出於藍 靑於藍), 치킨 본고장 미국으로 역수출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치킨은 끼니, 간식, 안주, 삼위일체를 이룬 대표 국민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 결과 우리나라 치킨점 수는 편의점보다 많고 전 세계 맥도널드 매장 수를 다 합한 것 보다 많다. 이는 IMF 구제금융 사태 때 실직한 많은 가장이 치킨점을 열었고, 2002년 월드컵 때 치킨을 뜯으며 응원한 덕분이며 맥주도 치킨 열풍에 한몫했다. 안주 없이 먹기에는 좀 밍밍한 국산 맥주에 치킨은 환상 궁합이다. 치킨 없는 맥주는 상상할 수 없고 급기야 치킨과 맥주를 합친 ‘치맥’이라는 말도 생겼다.
자랑할 만한 먹거리가 별로 없는 대구에서 2013년부터 매년 여름 치킨과 맥주를 먹으며 콘서트 등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치맥 축제(대구 치맥 페스티발)가 시작돼 크게 성공하였고 대표적 지역 축제로 자리 잡았다. 그 치맥 축제가 코로나19 여파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열리지 못한다. 혼자하는 치맥도 좋지만 다 같이 모여 치맥하는 그 맛과 분위기에 비할 바 못 된다. 빨리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고 다시 치맥 축제에서 치맥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성호 대구파티마병원 신장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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