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석 논설위원
“정치인은 발가벗는다는 심정으로 모든 의혹이나 질문에 답해야 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처가 관련 의혹이 담겼다는 ‘윤석열 X파일’논란에 대해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22일 윤 전 총장에게 던진 훈수다. ‘발가벗는다는 심정’이란 이 지사의 표현이 흥미롭다.
19대 대선 경선과 지난 경기도지사 선거 등에서 여러 스캔들에 휩싸였던 이 지사는 지난 2018년 10월 의혹 해명을 위해 대학병원 전문의들 앞에서 스스로 옷을 벗은 경험이 있다. “남성 주요 부위에 큰 점이 있다”며 여배우가 제기한 불륜 의혹을 벗기 위해 수치스러움을 참고 신체 검증을 강행했다. 의료진의 사실무근 확인으로 여배우 스캔들은 잠재워졌다.
발가벗는다는 표현에는 ‘한 점 의혹없이 모두 드러내 보인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정치권에서는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을 빗댄 공격이 종종 있어왔다. 야당의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공격에 벌거벗은 임금님이 주로 등장했다.
지난 2005년 8월 한나라당 정책위의 ‘노무현 정부 전반기 평가토론회’에 정치분야 토론자로 참여한 한 교수는 “노무현 정부는 너무 솔직하고 적나라해 ‘진솔한 대통령’ 모습보다 ‘벌거벗은 임금님’의 모습이 생각난다”고 지적했다.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진솔한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벌거벗은 임금님에서 찾은 발상이 놀랍다.
자유한국당은 2019년 10월 당의 새로운 캐릭터 제작발표회에서 공개한 ‘벌거벗은 임금님’ 애니메이션에 문재인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벌거벗고 등장시켜 큰 논란을 빚었다. 영상에는 속옷 차림의 문 대통령, 수갑을 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등장하고 “이것이 바로 끊이지 않는 재앙! 문.재.앙! 이란다”라는 문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도 담겨 대통령에 대한 조롱이 도를 넘었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1시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한다고 한다. 지난 3월 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지 118일 만이다. 윤석열 X파일을 직접 접했다는 보수진영 정치 평론가가 지난 19일 “윤 전 총장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이런 의혹을 받는 분이 국민의 선택을 받는 일은 무척 힘들겠다는 게 고심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밝혀 큰 파문이 제기된 상황이다. 윤 전 총장은 정치공작, 불법사찰이라며 강력 대응 입장을 밝혔지만 X파일의 내용과 진위에 대한 의혹은 향후 직접 해소해야 할 과제다.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갖춰야 할 능력과 도덕성을 검증받는 길에 들어서는 것이다. 이제 ‘윤석열 X파일’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의 시간도 시작된다. 윤 전 총장이 발가벗는다는 심정으로 모든 의혹을 해명하고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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