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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모, 유인탁 그리고 올림픽 보이콧

정강선 전북도체육회장

정강선 전북도체육회장
정강선 전북도체육회장

얼마 전 일이다. 부산에서 양정모 올림픽 챔프와 소주 한잔 걸치는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그가 누구인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 자유형 62kg급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그가 전북 촌놈 정 회장이 부산에 왔다며 뱃살 참치로 유명한 한 일식집으로 땅거미가 질 무렵 초대했다. 소주가 몇 잔 돌자 현역 시절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대회에 출전했던 얘기들이 자연스레 흘러 나왔다. 궁금해서 물었다. 80년 소련에서 열린 모스크바 올림픽에 출전했더라면 2연패 가능성이 높지 않았냐는 질문이었다. 망설임 없이 돌아온 양 챔프의 대답은 “아마도 힘들지 않았겠냐”는 그 다운 겸손한 짧은 부정이었다. 23세에 올림픽을 제패했던 그에게 다음 올림픽 2연속 제패 및 방어전은 당시 우리나라 선수단과 언론에서 최대 관심사였으리라. 그러면서 양 챔프는 80년 모스크바 올림픽보다도 오히려 72년 뮌헨 올림픽에 출전했더라면 금메달이 가능했을지 몰랐다는 말을 덧붙였다. 만 19세의 나이였던 그 시절이 최고의 몸 상태였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양 챔프는 72년 뮌헨, 76년 몬트리올 80년 모스크바 올림픽 파견 국내 선발전에서 3연속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하지만 72년 뮌헨 올림픽에 대표 선수로 선발이 됐지만 정부와 대한체육회에서 메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유로 비행기에 태우지 않았다. 사실은 파견 예산에 여유가 없었다. 양 챔프는 하늘만 보고 하염없이 눈물을 삼켰단다. 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은 또 다른 이유로 비행기 트랩에 오르지 못했다. 이번에는 나라에서 돈이 없어서 못 보낸 것이 아니고 바로 ‘정치’적 이유에서였다. 당시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에 침공을 이유로 미국이 모스크바 올림픽에 반기를 들면서 미국의 눈치를 봐야했던 우리나라도 동맹국이라는 명분 아래 함께 불참을 선언했다. 양 챔프는 72년 올림픽에 이어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올림픽 2연패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길로 은퇴를 선언했다.

현 전라북도체육회 유인탁 사무처장. 84년 LA 올림픽 자유형 68kg급 금메달리스트다. 태릉선수촌에서 한 체급 아래 4년 선배인 양정모 챔프의 연습 파트너였던 유 처장 역시 80년 모스크바 올림픽 파견 레슬링 자유형 68kg급에서 당당히 태극마크를 획득했다. 유 처장 입장에선 올림픽 첫 출전인 셈인데 선수촌 목욕탕에서 동료 선수로부터 우리 선수단이 모스크바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는다는 비보를 들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는 것이 유 처장의 말이다. 그러나 유 처장은 이를 극복하고 4년 뒤 미국 LA로 날아가 홈 매트인 세계선수권자 앤드류 라인을 결승에서 꺾고 올림픽 챔피언에 올랐다.

양 챔프나 유 처장 모두 올림픽 2연패도 가능했었던 ‘정치의 희생양’들이다. 이제 더 이상 정치로 인해 희생 당하는 체육이 돼서는 안 된다. 최근 2020 도쿄올림픽에 도내 정치권을 비롯해 중앙 정치권에서 일본 극우 세력들의 행동에 반발하며 ‘올림픽 보이콧’ 주장을 펼치고 있다.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등 일본의 행태는 규탄 받아 마땅하다. 근대 올림픽 창시자 쿠베르탱은 정치가 체육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우리 전라북도 출신 선수들은 이번 도쿄 올림픽에 모두 18명이 출전할 예정이다. 이 선수들은 이번 올림픽을 위해 평생을 운동에 헌신한 엘리트 선수들이다. 이 자랑스러운 선수들에게 더 이상 정치권에서 올림픽 불참이라는 무책임한 돌멩이를 던져서는 안 될 일이다. /정강선 전북도체육회장

 

△정강선 회장은 ㈜피앤 대표이사로, 뉴시스 국제부 북경특파원 전라일보사 기자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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