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중증장애인시설 홍주원, 19일 궐기대회 열고 시설 이전 절실함 호소
일방적인 이전이라며 연일 반대 집회 열고 있는 도치마을 주민들과 대치
“홍주원에서 24시간 돌봄을 받으며 생활한 지 23년이 조금 넘은 딸아이의 엄마입니다. 그런데 제 딸의 생활공간이 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사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음에도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익산지역의 중증장애인시설 홍주원이 비가 새는 낡은 건물에서 새 보금자리로의 이전을 반대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19일 홍주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들과 가족, 사회복지사 등 90여 명은 익산시청 앞에서 중증장애인 주거권 보장을 위한 궐기대회를 열고 “중증장애인은 이제 더 이상 격리나 수용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장애인들의 안전하게 살고 싶은 권리와 거주 이전의 자유를 보장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익산시 덕기동에 있는 홍주원은 시설이 안전등급 D·E등급 판정을 받음에 따라 지난해부터 보건복지부 공모사업 선정을 통해 이전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전 예정지인 신동 도치마을 주민들은 재산가치 하락 및 원룸 공실 등을 우려하며 이를 극렬히 반대하며 연일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양측은 지난해 11월 극적인 합의로 올해 3월까지 상호 일체의 행위를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이후 홍주원 측은 다른 대상지를 모색했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 보건복지부의 사업계획 변경 불승인 등으로 인해 무산됐다.
이에 시설 이전을 원하는 홍주원과 이를 반대하는 도치마을 주민들간 첨예한 대립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홍주원 측은 “그간 다양한 대안을 모색했지만 결과는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았다”면서 “이제 중증장애인들의 안전을 위해 이전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피력했다.
특히 한 장애인 부모는 “장애가 죄가 되는 것도 아닌데, 장애인이 위협이 되고 문제가 많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참 아팠다”면서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들, 밥도 혼자서 먹지 못하는 아이들, 어디를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아이들을 조금만 불쌍히 여겨 달라”고 울먹이며 호소했다.
반면 같은 시간대 시청 정문을 사이에 두고 집회에 나선 도치마을 주민들은 “익산시가 지역주민들과는 사전에 단 한마디 설명이나 협의 없이 시설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분들이 편히 지낼 수 있는 공간이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저희 동네에는 요양시설 등이 5개나 시설이 있어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이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익산시와 홍주원 측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주민들과 어떤 대화나 소통도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이전을 위한 리모델링 공사를 강행하고 있고, 공사 진행을 막는 주민들을 경찰에 고발까지 하며 억압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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