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선우 문화예술공작소 작가
오늘날 인류를 지배하는 가장 보편적인 시스템은 자본주의다. 자본주의는 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자본주의 생산혁신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시대를 열었다. 유행은 짧고 빠르며, 물건은 넘쳐난다. 잘 키운 작은 기업을 대기업이 흡수한다. 새로운 회사가 나오면 빠르게 인수하는 능력은 대기업의 전략 중 하나다. 회사 하나 만들어서 비싸게 파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는 청년 사장도 있다.
물건은 노동자가 만들지만, 물건을 판 돈 대부분은 공장 주인이 가져간다. 정해진 월급을 받는 노동자는 공장주인만큼 부를 얻기 힘들다. 토지 또한 아무런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가지고만 있어도 저절로 소득이 쌓인다. 땅이 없는 사람은 부를 쌓을 수 없다. 다수가 이해하고 인정하는 자본주의 원리다.
소수에게 부(富)가 집중되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잘 사는 사람은 더 잘 살고, 가난한 사람은 늘 가난하다. 양질의 지원을 받는 자녀들은 출발선부터 앞서 나간다. 더 많은 부를 획득할 기회를 잘 사는 자녀들이 얻는다. 그렇지 않은 반대편의 사람은 가난만을 대물림한다. 다수가 이해하고 인정하는 자본주의 원리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무너지고 잃어버린 가치가 있다. 자본주의는 소득 불평등뿐만 아니라 지역 불평등도 낳았다. 도시와 농촌의 차별에서 벗어나,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확대되었다. 전체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서 살고 있다. 어디 사람은 어떤 사람이라는 지역감정까지 섞인다. 이 모든 것이 자본주의 탓만은 아니지만, 지역 불평등에 자본주의가 숨어있다는 것은 다수가 이해하고 인정하는 자본주의 원리다.
먹고 살려면 수도권으로 가야 한다고 다짐한 청년들의 ‘인서울’ 행렬이 이어진다. 지방은 사람을 잃고, 활력도 잃는다. 국가는 지역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육성할 의무를 지닌다는 헌법 123조에 명시된 문장이 자못 섭섭하다. 다가온 미래, 다가올 미래, 우리는, 지방에 있는 우리는, 지방에 남아있는 청년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브랜드는 사람을 모으고, 소비를 일으킨다. 브랜드는 단순한 로고가 아니다, 브랜드는 문화이며, 다른 것과 다른 정체성이다. 진정한 명품은 다른 것과 비교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브랜드는 뺏고 빼앗기는 자본주의의 구조로만 설명될 수 없다.
지역도 브랜드가 될 수 있다. 지역만의 브랜드를 통해 지역의 장점과 특성을 드러내야 한다. 오직 우리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자연적, 문화적 자산. 그 고귀한 자산을 꺼내 취향과 공감을 끌어내야 한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가게는 오래된 메뉴를 그대로 유지한다. 유행에 맞춰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체할 수 없는 고유의 콘텐츠가 있기 때문이다.
지역이 지역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야 한다. 지역의 고유한 자원과 연계하여 무엇으로 지역을 알리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된, 오직 우리 지역만이 가질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찾아야 한다. 유형의 한계를 넘어, 무형의 것에서도 찾아야 한다.
SNS로 관계를 맺는 온라인 시대에 오프라인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일은 지역의 특성을 살리는 로컬콘텐츠를 만드는 일이다. 로컬콘텐츠를 바탕으로 아이디어나 혁신적인 기술을 도입하여 창업한다면, 오직 우리 지역에서만 만날 수 있는 희소성 있고 특별한 경험이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소상공인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장기적인 경쟁력은, 대기업이 쉽게 따라 할 수도, 흡수할 수도 없다. /안선우 문화예술공작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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