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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은 국력일까, 아닐까

정강선 전라북도체육회장

정강선 전라북도체육회장
정강선 전라북도체육회장

체력은 국력이 아니라고 한다.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냐고 입을 모을 것이다.

대부분 국민들은 체력은 곧 국력이라고 철석같이 알고 있는데 말이다. 최근 정부의 입장을 정리해 보면 이런 해석이 나온다.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체력은 곧 국력’이라는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형성되고 있는 이상 기류다. 2020 도쿄올림픽에 참가한 우리 선수단은 영 신통치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금 6개 은 4개, 동메달 10개를 획득했다. 국민들의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는 종합 16위.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한국 스포츠가 45년 전으로 회귀했다는 평이다.

84년 LA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이 무려 6개에 은메달만 6개, 동메달은 10개를 따내며 종합 순위 10위에 오르는 엄청난 기적을 연출한다. 주전부리가 시원찮던 시절, 아시아에서도 변방에 불과하던 작은 분단국가 한국이 쏘아 올린 성과에 세계가 주목하고 국민들은 열광했다. 그것도 복싱, 레슬링, 유도 등 배고픈 종목에서 거둔 눈물겨운 승리였다. 우리 전북 김제와 남원 출신 레슬링 유인탁과 복싱 미들급 신준섭이 금메달을 보태며 그 선봉에 섰다. 당시 약소국이었던 대한민국은 이렇게 스포츠를 통해 본격적인 세계 10위 반열에 동참한다. 다음 올림픽에서는 정점을 찍었다. 안방에서 치러진 88년 서울 올림픽은 미국에 이어 종합 4위를 했다. 우쭐해진 당시 정부는 “체력(체육)은 국력이다”라고 포장했다. 그러나 성적이 곤두박질한 2020 도쿄올림픽 직후 손바닥을 확 뒤집었다. 체력은 국력과는 더 이상 관계가 없다는 뉘앙스로 정부와 여권은 정치색을 칠하고 있다. 도쿄 올림픽에 가서 정치적 성과를 내려 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도쿄행이 무산되고 우리 선수단 성적이 신통치 않자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대통령뿐이 아니다. 도쿄올림픽 이전부터 일본이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기하자 여당 대선 후보들은 ‘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했다. 개막전까지 줄곧 같은 목소리를 높이던 정치인들은 올림픽이 끝나자 “메달 색은 중요하지 않다. 경기를 즐기는 젊은 선수들이 많아 차기 파리 올림픽이 기대된다”고 했다. 원칙 없는 정치인들의 고질적인 자세다. 의연한 척 하지만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게 있어 메달은 사실상 전부다. 올림픽 메달에 초연한 나라와 선수는 없다. 일본 같은 철천지원수 경쟁국에게 한두 번 밀리면 스멀스멀 부아가 치민다. 밀리고 나면 각국은 정신을 차리고 엘리트 체육에 전력을 다한다. 올림픽 종합 1위를 놓고 올림픽 때마다 항상 피 튀기게 경쟁하는 미국과 중국에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체력은 국력이요, 세계 패권을 차지하는 길목에는 스포츠가 있고 그 순위에 국민들의 자존심과 사기가 있다. 생활체육에만 관심을 두다 국가의 자존심과 국민의 사기가 땅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다시 엘리트 체육 부활에 나선 선진국 일본과 영국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그동안 우리 선수들은 올림픽은 물론 아시안게임에서도 항상 일본에 종합 순위를 앞질러 가슴 벅찬 희망을 선사했었다. 적어도 체육 만큼은 대한민국이 일본에게 우위에 있었다. 이제는 반대로 큰 격차로 일본에게 제압 당하고 있다. 2015년 스포츠청을 신설해 엘리트 체육에 올인하고 있는 일본은 저만치 앞서 달리고 있다. 정부의 ‘국력’이 지금보다 조금 더 지원됐다면 올림픽에 참가한 우리 선수들은 물론 이를 지켜본 국민들도 코로나에 지친 요즘 사기 진작과 함께 큰 위안을 받았을 것이다. ‘체력은 국력이다’가 맞다.  /정강선 전라북도체육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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