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5 타이브레이크(tie break) 상황에서 우리는 7대 5로 이겼습니다. 정말 극적인 승리였습니다. 그래서 ‘진안 테니스 사상 첫 우승’이라는 드라마가 써졌습니다.”
제58회 전북도민체전 테니스대회 남자선수 결승 1조에 출전한 진안군선수단 장교진(59·사업가)·조동규(57·의사) 씨는 이렇게 회상했다.
그러면서 “실력보다는 열망과 집중력이 상대보다 앞섰기에 이긴 게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17일 순창 공설운동장 테니스장에서 전주시를 상대로 결승 경기를 벌였다. 1조, 2조, 3조가 동시에 게임을 치러 조별 승패의 합산으로 팀 승리를 가리는 경기에서 1조 선수로 투입됐다.
1조와 동시에 시작한 2조(이경재·방기훈), 3조(김응일·김기종)의 경기는 1조보다 앞서 승패가 갈렸다. 조별 승패는 1:1 동률. 1조가 이기면 우승을 하고, 지면 준우승을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이르렀다.
초미의 관심이 집중된 1조 장교진·조동규 선수의 마지막 게임은 7점을 먼저 얻어야 이기는 5대 5 타이브레이크(tie break) 상황으로 치달았다. 그때 진안군은 6대 5로 한 발 앞선 상황에서 1점을 보태 극적인 7대 5 승리를 거뒀다. 도내 최강자로 군림해 온 전주시는 무릎을 꿇어야 했다.
팀 동료 김응일·김기종 선수는 “이것은 기적이다. 불가능한 일이고, 드라마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라며 “대회가 끝난 지 일주일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그 순간이 생생하다”고 했다.
이경재·방기훈 선수는 “‘첫 우승’이라는 금자탑은 출전 선수뿐 아니라 오케스트라로 치면 지휘자에 해당하는 감독님이 그려낸 합작품이었다”고 평가했다.
타이브레이크에서 우승을 결정지은 장교진·조동규 선수는 이번 대회에 출전한 진안군테니스 남자부 동료선수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고 “동료들이 차려 놓은 밥상에서 밥을 얻어먹은 격”이라고 말했다.
또 “선수이자 감독 겸 코치로 활약한 진안군청 문화체육과 체육지원팀 김응일 팀장의 숨은 노력 때문에 우승이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장교진 선수는 “‘첫 우승’이라는 원대한 목표는 거의 1년 전부터 세웠다. 그리하여 우리는 틈만 나면 진안공설운동장 테니스장에 모여 약점을 보강하고 복식경기 호흡 맞추기에 열중했다”고 밝혔다.
조동규 선수는 “진안에는 ‘비 가림 시설’이 잘된 널찍한 전천후 현대식 테니스장이 있다”며 “모든 선수들이 틈만 나면 이곳을 찾아 손발에 물집 잡히는 일이 다반사가 될 정도로 연습했다”고 말했다.
우승을 향한 선수단의 열정과 노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장교진 선수는 “단 1점으로 우승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우리 1조에게 쏠리는 시선은 그 무게가 장난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행히 평정심 찾기에 성공해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와 조동규 선수가 마지막 게임을 승리했지만 그 밖의 모든 것은 전부 팀 동료들이 이룬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장 선수와 조 선수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서 진안군선수단은 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완주군과 전주시를 필연적으로(?) 만났다. 준결승에서 만난 완주군과는 접전 끝에 신승을 거뒀다. 결승에서 만난 전주시와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동점 상황까지 갔다가 끝끝내는 이겼다. 그리고 오랫동안 갈망해 오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편,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은 평소 각기 다른 영역에서 일을 하면서 틈틈이 호흡을 만춘 이른바 ‘다국적군(?)’이다. 결승전 마지막 게임의 주역 장교진 씨는 정천면 출신으로 진안군테니스 회장을 맡아 특유의 친화력으로 회원들을 잘 아우르면서 우승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장교진과 콤비를 이루는 조동규는 김제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통증의학과’ 의사지만 진안 부귀면 출신이어서 오래 전부터 진안선수단 소속 선수로 활동해 왔다. 운동 신경을 타고나 만능스포츠맨으로 불리며 테니스 동호인 전북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고 바둑도 수준급이다.
이경재는 부귀우체국, 방기훈은 전일중학교, 김기종은 진안경찰서, 이종하는 진안군사회복지협의회, 김모세는 중견기업에서 일한다.
도민체전 테니스 종목에서 군단위 선수단이 절대강자 전주시와의 경기에서 이긴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게 테니스계 안팎의 중론이다.
진안군체육계에서는 “진안군체육사에 길이 남을 첫 우승”이라며 환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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