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코미디 프로에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을 다룬 적이 있다. 그 때 출연자가 ‘닭이 먼저다’ 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달걀 보다는 값도 비쌀 뿐만 아니라 먹을 것도 훨씬 많다며 실용적 가치의 논쟁으로 희화화한 것이다. 입장을 밝히기가 곤란한 문제에 대해서 그는 명쾌하게 답을 했다.
최근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이 환경 문제에 발목이 잡히면서 이 코미디언 얘기가 떠올랐다. 닭과 달걀의 원조 논쟁이 현실적 지역 개발에 직면하면 보존과 개발 논리로 논점이 바뀐다. 그런데 실리적 측면의 개발 가치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과거 사례를 보면 두드러졌다. 특히 전북이 처해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런 선호도는 더 강해진다. 일자리를 찾아 젊은 층이 고향을 떠나고 10개 시군은 이미 인구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이런 상황에서 갈수록 정치 경제 영향력은 광주와 대전 틈바구니에서 이들 지역에 예속화되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전북이 신 성장 동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생존적 인식 전환이 절실해지는 대목이다. 새만금은 현실적으로 이런 명분에 가장 근접해 있는 곳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민자·외자를 끌어들이는 일이다. 그런 관점에서 국제공항 존재 여부는 외국인 투자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그렇다고 환경단체가 주장하는 서해안 갯벌의 보존 가치를 폄훼하는 건 절대 아니다. 다만 개발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이 지역 발전과 도민 이익 측면에서 먼저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2006년 천성산 터널 공사로 도룡뇽이 전부 죽는다는 소모적 논쟁이 4년간 이어져 결국엔 법원 판결로 공사는 재개됐고 이후 도룡뇽의 생태계 변화도 없었다. 전주 서곡교 언더패스도 마찬가지다. 꽉 막힌 출퇴근 교통지옥 해소를 위해 추진했는데 전주천 수달보호 명분으로 10년 넘게 멈춰서 있다. 이들 주장이 때론 절박하고 긍정적인 면도 적지 않지만 어쩔 때는‘반대를 위한 반대’ 를 하는 것은 아닌지 헷갈린다고 지적한다.
새만금 방조제와 수질 논란도 이런 환경단체의 반대운동 속에서 몸살을 앓았다. 두 차례나 공사 중단이 된데다 대규모 시위 등으로 우여곡절을 겪어야만 했다. 문제는 아직도 이들 반대 운동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 지난달 23일 환경부는 새만금 국제공항의 전략 환경영향 평가와 관련해 2차 보완을 요구했다. 조기 착공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언론 보도에 도민들 분노가 폭발했다. 2019년 예비타당성 면제를 통해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할 처지인데 오히려 제동이 걸렸다며 못마땅한 표정이다. 그러면서 지역 개발을 할 때마다 환경 보존만을 최고 가치로 내세우며 사사건건 대립하는 환경론자들에게 책임의 화살을 돌렸다.
도민들은 최근 새만금항 인입철도 사업이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는 소식에 국제공항·신항만을 묶어 이른바 새만금 트라이포트 물류체계를 꿈꿨는데 복병을 만난 셈이다. 해당 상임위 안호영, 윤준병 의원을 포함한 국회의원과 정치권·행정이 특단의 결기를 보여야 할 때다. 더 이상 물러서면 새만금 미래는 어두워진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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