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주유소의 가격표시판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2년 전 리터 당 1,100원 하던 경유가 어느덧 2,000원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유가 사태 이후, 14년 만에 폭등이다. 일각에서는 경유가 휘발유의 가격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고, 서울 일부 지역은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역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산 경유 수급에 문제가 심각한 글로벌 경제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나토(NATO)’의 동진에 대한 러시아의 불안과 우크라이나를 병합하려는 팽창주의 등 복합적인 이유로 발발된 우크라이나-러시아의 전쟁이 어느덧 한 달이 넘어가고 있다. 전쟁이 시작된 후 우크라이나의 물질적, 인명피해는 물론 침략국인 러시아의 경제 또한 서방세력의 강력한 경제제재로 위협받는 실정이다. 그중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는 것은 에너지 문제이다.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의 45%와 원유의 25%를 러시아가 책임지고 있다. 그런데도 우크라이나 사태에 유럽은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는 에너지 수입 비중을 낮추며 경제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독일은 러시아와 연결된 가스관인 '노드스트림2'의 승인을 보류했으며, 미국 및 동남아시아 등에서 급하게 LNG선으로 천연가스 수송에 나섰다. 하지만 단기간에 유럽으로 천연가스 공급량을 늘릴 수 없어 에너지 대란은 피할 수 없다.
보통 가스 및 원유는 파이프를 이용해 수출입이 이루어지는데, 관을 통하는 국가에 막대한 수수료를 지급한다. ‘노드스트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지나는 수수료를 주지 않기 위해 바다를 통해 독일로 연결한 가스관이다. 미국과 독일은 지난해 완공된 ‘노드스트림2’의 승인을 철회하여 러시아를 향한 경제제재를 가한 것이다. 이에 러시아도 제재가 계속되면 현재 공급하는 ‘노드스트림1’을 끊겠다는 주장이다. 천연가스 공급을 두고 양측의 신경전이 더욱 과열되고 있으며, 이러한 공방전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에너지 전쟁으로 평가하는 이유이다.
위와 같은 분쟁 속에서 우리는 과거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에서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백년전쟁의 표면적인 원인은 공석이 된 프랑스 왕위를 쟁탈하기 위함이지만, 그 내막은 프랑스 최고의 와인 생산지인 보르도 지방을 얻기 위한 와인전쟁이다. 보르도 지역에서 나온 와인으로 거둬들이는 세금이 당시 프랑스 전체 세금보다 많았을 정도이니 보르도를 차지하기 위한 양국의 전쟁은 예견된 것이다.
백년전쟁 이전에 보르도 지방은 당시 프랑스 남서부의 아키텐 공국에 속했다. 아키텐 공국의 지배권은 엘레아노르 공주에게 있었는데, 프랑스의 왕 루이 7세와 결혼으로 보르도 지방을 프랑스가 소유하게 된다. 하지만 그 둘의 이혼으로 아키텐 공국은 엘리아노르가 다시 가져간다. 이후 영국의 왕인 헨리 2세와 결혼하며, 프랑스 내에서 아키텐 공국의 땅이 영국령으로 귀속되게 된다. 프랑스는 자신의 영토에서 영국이 보르도 지역을 소유하는 것이 달갑지 않았고, 결국 100년 동안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국가 간 상충하는 이해관계와 영토분쟁 그리고 권력층의 이권다툼으로 장기화되어 가는 전쟁의 양상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백년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공통점은 전쟁의 공포와 고통일 것이다. 전쟁이 끝나도 전쟁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안길 것이며, 그 아픔은 보상받지 못할 것이다.
오는 4월 5일 화요일은 24절기의 다섯 번째 절기인 ‘청명(晴明)’이다. 완연한 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높은 우크라이나는 5~6월은 되어야 봄이 온다. 그렇기에 우크라이나의 4월은 춥다. 하루빨리 전쟁이 종식되어 그들에게 봄이 오길 바란다.
/송민각 호남주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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