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 역사에서 꾸준히 회자되는 명승부가 있다. 1972년 황금사자기 결승 9회 말. 8회 초 부산고의 선전으로 1:4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군산상고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선수들의 포기하지 않는 집념이 극적인 4점을 만들어내며 5-4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군산상고의 ‘4대 전국대회’ 첫 우승의 순간이었다. 이후로 ‘역전의 명수’는 군산과 군산상고를 상징하는 수식어가 되었다.
지난주 군산 월명경기장에서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 5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50년 전 승리의 역사를 만들어낸 김봉연, 조양연, 양종수, 김준환, 송상복, 김우근, 고병석, 현기봉 선수가 함께했다. 그날의 전율과 감동을 잊지 못한 3,0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하며 행사는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1972년 황금사자기의 군산상고는 지금 군산과 많은 점이 닮았다. 한국경제 호황기에 군산은 중추 산업도시였다. 1997년 대우자동차(현 한국GM) 군산공장 준공이 신호탄이 되어 2010년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준공으로 군산 경제의 정점을 찍었다. 2011년 연간 자동차 생산량 26만 대를 넘어서고 매년 10척 안팎의 선박을 군산조선소에서 건조하며 군산은 전북경제를 이끌었다.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조선업 불황의 장기화로 2017년 군산조선소 가동이 중단되고 판매 부진으로 2018년 한국GM 군산공장마저 폐쇄되고 말았다. 결국, 2018년 군산은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과 고용위기지역으로 한꺼번에 지정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1:4로 내몰려 패색이 짙던 군산상고의 상황처럼 군산 경제에 어두운 먹구름이 드리운 것이다.
필자는 2020년 제21대 총선 당시 ‘군산 경제 도약’를 출사표로 꺼냈다. 50년 전 승리의 역사처럼, 군산시민들에게 다시 한번 역전의 감동을 주기 위함이었다.
산업위기 극복을 위해 국회 상임위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로 지원했고 상반기 동안 국회의원으로서 발분망식하며 역전의 초석을 마련했다.한국GM이 떠나간 자리엔 군산형 일자리 사업을 기반으로 전기차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현대중공업 수뇌부를 꾸준히 설득한 끝에 폐쇄된 군산조선소의 재가동을 이끌어냈다. 군산시민들의 염원이었던 장항선 웅천~대야 구간 복선전철화와 군산 전북대병원 건립을 확정 지으며 동점을 만들어냈다.
역전을 위한 컨텐츠도 이미 마련되었다. 군산에 대기업 유치를 위한 새만금 SK 데이터센터 건립과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산업인 그린 수소 생산 클러스터 조성을 준비하고 있다. 조선업의 안정적인 신장을 위한 관공선과 군함 등 공무와 국방 목적으로 하는 특수목적선 선진화단지 구축과 국립수중고고학 교육∙훈련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더불어 해양레저체험 복합단지, 트래킹코스 개발 등 체류형 문화관광도시 조성을 기획하고 있다.
그러나, 역전은 홀로 이루어낼 수 없다. 감독과 선수, 팬이 간절하게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야 이뤄진다. 때론 감독처럼 따끔한 충고와 조언을 해주고 가끔은 팬처럼 열과 성을 다해서 응원해주는 시민들, 같이 경기를 이끌어 나갈 동료 선수 같은 선출직 공직자와 군산시 공무원들의 하모니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지난 6월 군산의 각 읍면동을 방문해 ‘민심경청 의정보고’를 열었다.
시민분들에게 군산의 변화와 미래의 모습을 설명하고,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코로나 19가 만들어낸 비대면 시대에 시민들의 고충과 정책 제안을 듣기 위해 고안한 신영대의 문자 25시(문자 민원 서비스)의 성과를 보고하며, 앞으로도 아주 사소한 문자, 민원 하나에도 답해드릴 것을 약속했다. 소통의 힘으로 군산이 하나가 되고, 시민들의 중지가 모여 군산의 희망찬 미래가 열릴 것이다.
꼴찌팀의 우승을 이끌어낸 감독 요기베라의 명언이다.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이제는 역전이다. 군산의 시간이다.
/신영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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