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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대취타와 제호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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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례도감 어가행렬

무더운 여름이 시작됐다. 굵게 내리던 장맛비도 이제 고개를 숙이고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였고 각양 색색의 부채가 쥐어진 손을 자주 보니 이제 정말 여름의 중턱에 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대선과 지방선거가 치러진 지도 벌써 여러 달이 지나고 있다. 뽑힌 우리의 지도자들은 어지러운 현 시국에 얼마나 많은 고뇌와 씨름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지난 선대 왕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선왕들은 “악지천하지대본<樂之天下之大本>”이라 하여 악樂을 근본으로 삼고 즐겨 만들고 함께 향유했다. 그러한 음악으로는 여민락, 수제천, 가곡 태평가 등과 같은 백성을 향한 선왕의 어진 마음이 잘 표현된 작품이 있다. 또한, 선왕들은 유독 어려운 형국을 맞을 때면 궁 밖의 행차를 시도하였는데 그 이유는 궁궐 밖 백성의 모습을 보며 정국政局의 바른길을 찾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한 선왕의 행차에 쓰인 음악은 바로 대취타大吹打란 음악이다. 대취타는 왕의 행차나 군대의 행진 등 나라의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사용하던 음악으로 ‘무령지곡’이라는 아명도 있다. 대취타는 부는 악기 즉 관악기인 태평소, 나발, 나각(소라)과 치는 악기인 타악기 징, 자바라, 용고, 장구로 구성된 궁중음악이다. 유일한 선율악기인 태평소가 주 멜로디를 연주하고 타악기가 리듬을 연주하는데 곡의 느낌은 매우 장엄하고 힘을 돋는 자양제 같은 느낌을 준다. 무더운 여름의 행차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행차에 불고 치는 대취타는 자연환경을 묵묵히 순응하지만,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함께 담겨 있었다. 그렇게 선왕은 백성과 만남을 즐겼으며 의연한 우리 궁중음악 대취타를 통해 군주와 백성, 하나의 일심을 만드는 주체가 되었다.

궁중음악 대취타와 함께 선왕 곁을 지킨 예禮의 음식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전통 음료인 제호탕醍醐湯이다. 제호탕은 음력 5월 초닷새 단옷날에 궁중에서 마시던 절식節食으로, 제호탕을 마시면 더위를 먹지 않게 하고 갈증을 가시게 하면서 전신이 상쾌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전한다. 제호관정醍醐灌頂이라고 불렸으며, ‘맛있고 정신이 상쾌해진다’ 하여 제호탕이라고도 불렸다. 이 음식은 단옷날 외에도 여름을 맞아 더위를 이기고 보신하기 위함에도 많이 애용되었다. 제호탕은 한약재를 꿀에 섞어 달여 더위가 심한 여름철 건강을 유지하는 데에도 아주 유용한 궁중음식이었다. 만드는 법은 오매육烏梅肉과 사인砂仁, 백단향白檀香, 초과草果 등을 곱게 빻아 넣고 꿀에 버무려 중탕하여 조렸다가 냉수에 타서 마시는 일종의 청량음료로 『동의보감東醫寶鑑』에 따르면 더위를 피하게 하고 갈증을 그치게 하며, 위를 튼튼하게 하고 장의 기능을 조절함과 동시에 설사를 그치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전한다. 지금도 그 시절의 제호탕을 생각하면 대취타란 음악과 함께 위기극복의 금상첨화가 아닌가 생각된다. 한층 더 의義와 예禮를 다지는 일화가 있으니 조선 궁중에서는 단옷날 내의원에서 제호탕을 만들어 임금께 올리면 임금이 이것을 부채와 함께 여름을 시원히 보내라고 기로소<조선시대 연로한 고위 문신들의 친목 및 예우를 위해 설치한 관서>에 보내고 가까이 있는 신하들에게도 하사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옛 선왕은 백성뿐만 아니라 국가를 함께 운영하는 조정의 관료들에게도 정성과 애정을 다해 성심을 보냈고 나라를 위한 기본基本에 충실했다. 

무더운 여름의 중심과 어려운 현시대의 환경에서도 묵묵히 조국과 가족의 안녕과 행복, 미래의 꿈을 심어주는 우리의 지도자들에게 우리 궁중음악 대취타와 궁중음식인 제호탕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대취타를 듣고 국민과 함께 호흡하며 함께하는 관료들과 허심탄회 제호탕을 마시는 우리의 대한민국을 소원하며 그 시절 그때를 풍미風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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