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 같은 여름에는 시원한 그림책이 제격이다. 『파도야 놀자』,『여름이 온다』,『달샤베트』,『수박수영장』,『3초 다이빙』,『팥빙수의 전설』은 제목만 봐도 시원하다.
요즘 그림책 열기가 뜨겁다. 그림책이란 그림으로 내용을 알 수 있게 만든 책을 말한다. 이러한 그림책은 크게 그림만 있는 그림책, 글과 그림이 섞여 있는 그림책이 있다. 우리가 말하는 그림동화는 후자를 가리킨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그림책 열풍을 일으킨 것은 백희나와 이수지이다. 2020년 백희나는 한국인 최초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을 받아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런데 2021년 볼로냐 라가치 스페셜멘션(우수상) 수상에 이어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받은 이수지 작가의 수상은 그림책에 관한 관심을 폭발시켰다. 그가 받은 상은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라 불리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콜롬비아 보고타 국제도서전에서는 한국의 그림책 시장을 소개하며 이수지와 백희나를 아주 비중 있게 다뤘다. 한국의 그림책 또한 수많은 국가에 번역 소개되었다. 현재 비중 있는 출판사 공모전에 그림책이 빠지지 않는다. 그만큼 대중적 관심과 사랑이 크다는 걸 반증한다.
색과 선, 놀이로 상징되는 이수지의『파도야 놀자』는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그림만으로 이루어진 상상 놀이 그림책이다. 그의『여름이 온다』는 음악과 그림, 이야기를 결합한 생명력 있는 그림책으로, 비발디의 사계를 아이들의 귀로 듣고 이미지로 표현했다. 음악에서 느꼈던 감흥과 아이들의 여름날 물놀이를 절묘하게 접목한다. 음악에서 표현된 자연 속 여름과 아이들 실생활에 다가온 여름 그 접점에 싱그러운 이미지 놀이가 시작된다. 그림책은 아이들만의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멋지게 깨뜨린 작가다. 그의 그림책은 그림자, 파도, 선들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조금씩 변화하며 현실과 환상 세계에서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만든다.
백희나 작가의 작품에는 문방구와 놀이터, 목욕탕과 골목, 지붕 위, 건물에서 바라본 전경 등 한국의 친근한 풍경이 소환된다. 그의 그림책에서는 아프거나 외롭거나 혼자 남은 어린 주인공에게 놀라운 선물을 준다. 『달샤베트』는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하다. 무더운 여름밤, 에어컨과 선풍기와 냉장고가 뿜어내는 열기에 달이 똑똑똑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반장 할머니는 큰 고무 대야에 달 물을 받아 달샤베트를 만든다. 더위로 힘들어하는 이웃들에게 달샤베트를 하나씩 나눠 준다. 달샤베트를 먹은 이웃들은 더위를 잊고 곤히 잠들 수 있었다. 올해는 더욱 시원한 달샤베트를 먹고 싶다.
그림책은 작은 미술관이다. 작은 미술관에는 단순함과 반복성, 상상력과 어떤 것과도 연결할 수 있는 유연함이 있다. 수박수영장에 가볼 수 있는 여유도 준다. 그림책이 주는 놀라운 힘이다. 우리 전주에도 삼례문화예술촌에 그림책 미술관이 있다. 또 2022년 5월에는 전주에서 제1회 국제그림책 전시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제 그림책은 아이에서 100세 어른에게도 읽히고 사랑받는 장르가 되었다. 정서적인 허기를 느낄 때, 더위를 피하고 싶을 때 우리 마음을 시원하게 만드는 그림책이 쏟아졌으면 좋겠다. 더불어 K 팝, K 영화에 이어 K 그림책이 전 세계를 주름잡을 날도 기대해 본다.
/김자연 전북작가회의회장·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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