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여름휴가로 베트남을 다녀왔다. 여섯 시간 비행 끝에 도착한 이국 땅에 다소 어색한 풍경이 펼쳐졌다. 어딜 가든지 길거리에 크고 작은 개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이를 낯설게 여기는 건 나뿐이었다. 현지 사람들도 개들도 언제나 그랬듯 각자의 일상을 보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 살던 동네에서도 매일 같이 거리에서 개들을 마주치곤 했었다. 당시 동네마다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지키던 개들은 언제부턴가 길거리에서나 마을에서나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그 많던 개는 어디로 간 걸까.
△비인간 동물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는 2022년 5월 기준 지구상에 있는 생명 중 인간과 인간이 키우는 가축의 비율이 96~99%까지 치솟은 사례를 들면서 ‘생물다양성의 불균형’을 이야기했다. 농경을 하기 전인 만여 년 전에는 지구에서 인간의 비율이 1%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현 사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이다. 거리에서 사라진 개들도 대부분 인간에게 관리되거나 함께 살고 있을 확률이 높다. 남종영 저자의 책 「안녕하세요, 비인간동물님들!」에서는 “오늘날의 비인간동물은 반려동물, 야생동물, 실험동물, 농장동물로 각각의 용도에 맞는 다른 대우를 받으며 인간에게 분할 통치된다”고 말한다. 비인간동물은 인간에 기준에 따라 그들의 가치가 매겨지고 각자의 ‘쓸모’를 빼앗긴 뒤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다. 명품 커피의 대명사로 불리는 ‘루왁(luwak) 커피’를 생산하기 위해 동남아 국가에서 약 10만 마리의 사향고향이가 붙잡히고 있다. 이들은 커피 열매만 먹고 배설하는 일이 전부인 삶을 살게 된다. 상어의 경우에는 어부들에 의해 지느러미만 잘린 채 바다로 던져진다. 이는 지느러미에 비해 상어고기의 수요가 적기 때문이다. 지느러미가 잘린 상어는 헤엄을 치지 못해 바다 속에 가라앉고 몸부림을 치다 며칠 사이에 죽게 된다. 태어나자마자 죽음으로 내몰리는 생명도 있다. 영화 「미나리」에서도 보여주듯 알을 낳을 수 없어 ‘쓸모’가 없는 수컷 병아리는 불구덩이로 들어가 까만 재가 된다. 이처럼 죽음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거나 탄생과 동시에 죽음을 맞이하는 비인간동물은 이 땅 위에 무수하다.
△우리가 해야 할 일
커다란 문제 앞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가끔 무기력한 기분에 휩싸이곤 하지만 다행히 우리 곁엔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중엔 우리나라에서 40년간 이어져 온 ‘웅담 채취’의 역사를 끝내려는 이들이 있다. 평생을 좁은 뜬장에 갇혀 쓸개즙을 빼내는 관을 꽂은 채 살아야만 했던 사육곰을 구출하려는 것이다. 올해 5월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와 미국 야생동물보호단체 TWAS((The Wild Animal Sanctuary)가 협심하여 사육농장에서 반달가슴곰 22마리를 구출해 미국 콜로라도 생츄어리(동물 등을 구조하여 평생 보호하는 시설)로 옮겼다. 이어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에서는 사육곰을 구조하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생츄어리 건립을 위해 모금을 진행 중이다. 아직 국내에는 300마리가 넘는 사육곰이 남아있다. 이 사육곰의 남은 삶을 결정짓는 것도 결국엔 인간의 몫이기에 우린 동참해야 한다. 이밖에 반려동물은 사지 말고 입양하고, 돌고래를 사랑한다면 수족관에 가지 않고, 관광 상품으로 소비되는 꽃마차를 타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생각보다 많다.
/강소은 미디어공동체완두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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