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답답한 격리 생활. 2020년도 5월에 문화예술계에서 이런 지루함을 타파하는 특별한 홈메이드 아트 챌린지가 진행됐다. 먼저, 내가 좋아하는 예술작품을 고르고, 집에 있는 물건 3가지를 골라 나만의 스타일로 작품을 패러디한다. 그 후 사진을 찍어 ‘#미술과 격리 사이에서’를 태그해 SNS에 업로드하는 것이다.
네덜란드 인스타그램에서 시작된 이 챌린지는 무려 24.5만 명의 사람들이 참여해 머리에 때수건을 두른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나, 수건으로 아슬아슬하게 하반신을 가리고 거실 바닥에 누워 재현한 <아담의 창조>와 같은 유쾌한 패러디 작품을 만들어냈다.
도전을 뜻하는 챌린지(Challenge)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사례는 2014년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아닐까 싶다. 루게릭병(ALS) 환자를 위해 100달러를 기부하거나 얼음물을 뒤집어쓰고, 다음 도전자 세 명을 지목하는 이 챌린지에 연예인, 기업인 등 유명 인사부터 일반 시민들까지 참여하며 총 1025억 원의 모금액이 달성됐다고 한다.
이후에도 코로나19 의료진을 위해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덕분에 챌린지’, 생활 속 운동을 습관화하는 ‘오하운(오늘하루운동)’, 나의 일상과 성장을 기록하는 ‘주간일기 챌린지’ 등 MZ세대들 사이에서 다양한 챌린지들이 생산되었다. 이런 챌린지들은 나와 사회를 변화시키는 긍정적인 캠페인이라는 인식 속에서 끊임없이 퍼져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확산 속도만큼 챌린지라는 이름을 오남용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기절할 때까지 목을 조르는 블랙아웃 챌린지나 우유 박스를 높이 쌓아 올라가는 우유 상자 챌린지는 알고리즘을 통해 전 세계 10대들에게 노출되어 위험을 초래하기도 했으며, 최근 현대·기아는 차량 절도를 독려하는 챌린지 때문에 미국 전역에서 도난 사고로 고역을 겪었다. 잘못된 놀이와 범죄가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 꼴이다.
단순히 플랫폼만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누구나 생산자가 될 수 있는 환경에서 플랫폼들의 콘텐츠 모더레이션(부적절한 콘텐츠 감시)이 개인의 자율성을 침해하며 자칫 사적인 검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챌린지들을 만들어내는 생산자와 결과적으로 유행의 반열에 올릴 키를 쥐고 있는 소비자의 올바른 의식과 태도가 중요하다.
한때 게으른 사회운동이라는 ‘슬랙비티즘(Slack+Activism)’이라는 이름으로 비판받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신약 개발을 위한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게 해주었다. 미술과 격리사이 챌린지 역시 이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오르세 미술관, 폴 게티 미술관 등 전 세계 미술관들이 함께 참여해 관객 참여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문화예술을 통해 코로나를 극복한 사례로 평가받게 되었다.
챌린지는 이제 일시적인 사회 현상이나 유행을 넘어 어엿한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쉽지 않지만, 의미 있는 일에 도전하며 긍정적인 사회적 변화를 끌어내는 챌린지. 그러나 한편으로 SNS라는 높은 파급력의 플랫폼을 통해 위험하고 부정적인 놀이나 의미 없는 마케팅들이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둔갑해서 쏟아지고 있다. 챌린지의 홍수 속에서 오염된 챌린지를 걸러내고, 소비하지 않는 정확한 인식과 문화적 담론이 필요한, ‘#바른 도전 챌린지’가 필요한 시기임이 분명하다.
/이수진 전주문화재단 팔복기획운영팀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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