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9월 19일부터 10월 7일까지 민주주의, 인권, 생태, 평화, 문화 감수성을 위한 특별한 수업이 있었다. 전북 교육청과 전북의 아동문학가들 15명이 연계해 아동문학(동화와 동시)을 활용한 수업 계획을 마련한 것이다. 수업 목적은 길어진 비대면에 의한 초등학생들의 갈등 해결을 아동문학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찾아보자는 취지였다.
도내 66개 학급에 작가 1인씩 분담해서 찾아가는 수업 형태였다. 교과서 수록 작가, 교과 연계, 민주시민 감수성 주제 도서 작가가 우선 선정되었다. 학생들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민주 시민의 가치를 내면화시켜 보자는 것인데 상당히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처음 학교에 입학해 마스크를 쓴 채 비대면으로 수업받은 것이 3학년이다. 친구들과 소통하고 웃고 떠드는 자유도 누려보지 못한 학년인지라 비대면의 고통과 상처가 제일 클 것이다. 그런 점에서 3학년을 아동문학 감수성 수업 대상으로 삼은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마스크를 쓴 채 작가를 반기는 아이들의 눈빛이 작년에 만났던 아이들의 눈빛보다 한층 밝아 보여 내심 안도감을 느꼈다. 장기간 비대면 수업으로 문해력이 약해져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하고 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까 봐 내심 염려하였다. 하지만 게임과 퀴즈 형식의 문학 활동 수업에 아이들은 자기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해 주었다.
민주시민의 가치 실현을 위해 작가가 선택한 수업 주제는 갈등과 차별이었다. 동화집 『초코파이』에서 아이들 선호도가 높았던 동화 「짜장밥의 소원암호」를 통해서다. 짜장밥을 좋아해 장차 유명한 식당을 차리는 게 꿈인 민영이가 공부 잘하는 언니와 비교당하는 부분에서는 차별의 문제를 다루었다. 학교에 가지 않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세 개나 먹었는데도 배탈이 나지 않았던 민영이의 태도를 통해 갈등과 소통에 관해 이야기했다.
공부 잘하는 형이나 언니, 동생과 비교당한 이야기, 친구들이 너는 왜 키가 작냐? 얼굴이 못생겼다, 몸이 약하다 등 아이들은 갈등과 차별에 대한 경험을 마음껏 쏟아냈다. 아동문학 감수성 수업의 효과이리라. 색종이에 자기만의 소원암호를 적고 변신해볼 대상을 적게 했더니 뜻밖에 “엄마와 아빠”가 많이 나왔다. 이유는 엄마 아빠에게도 똑같이 잔소리를 해주고 싶다는 거다. 아이들이 격하게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차 꿈이 뭐냐는 질문에는 영상 시대 아이들답게 크리에이터가 1위, 소방관, 웹툰 작가, 연예인, 게임머, 교사 순이었다.
다만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진행하는 까닭에 목소리가 작은 아이들의 이야기가 친구들에게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아 조금 산만하고 답답한 분위기가 조성되어 안타까웠다. 민주 시민을 위한 감수성 수업이 끝나자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아이들이 우르르 다가와 작가의 품에 안겼다. 그동안 관심과 사랑이 목말랐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시려왔다. 힘든 시기를 잘 견뎌준 우리 아이들! 앞으로도 아동문학 작품을 통해 위로받기를 희망한다. 마스크를 벗고 수업 시간에 선생님과 또래 친구들 이야기를 정확히 주고받으며 상대방의 감정을 살피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김자연 전북작가회의 회장·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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