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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객령 휘몰아친 전북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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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정윤성

조선의 건국(1392년)과 임진왜란(1592년)의 딱 중간인 1492년 스페인에선 역사적인 3대 사건이 발생한다. 레콩키스타 운동을 통해 무려 800년 가까운 이슬람 통치를 종식시켰고, 스페인 왕국 수립과 더불어 알함브라 칙령을 발표했다. 또한 이를 기반으로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 이어졌다. 알함브라 칙령은 한마디로 로마 가톨릭교로 개종하지 않는 무슬림과 유대인을 쫒아낸다는 거였다. 하지만 훗날 역사는 1492년에 이르러 최고 정점에 이른 스페인은 바로 알함브라 칙령으로 인해 몰락이 시작됐다고 한다. 신념과 종교, 나라와 피부, 학교와 고향이 다르다고 마음속에서 누구를 차별하거나 추방한 결과는 스페인이 훗날 2등 국가로 전락하는 단초가 됐다. 언제 어디에서든 외지인에 대한 배타적 감정은 존재하기 마련인데 그게 바로  '축객령(逐客令)'이다. 지금부터 약 2200년 전, 중국 최초 통일제국의 진시황제도 한때 축객령을 내렸다. 천하통일 전 치수사업을 벌이다 간첩사건이 발생하자 격분한 시 황제는 다른 나라 출신 관리들의 진나라 밖 추방을 명령했다. 초나라 출신이던 이사 역시 쫓겨날 위기에 처했으나 그는 “추방만이 정답이 아니다”는 내용의 편지를 올렸고 진시황제가 이를 받아들이며 사건은 마무리됐다. 이 사람은 이래서 안 되고, 저 사람은 저래서 안 된다면 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요즘 전북 정치권에 부쩍 외지인 논란이 번지고 있다. 한술 더 떠서 민주당 출신이 아닌 국민의당이나 국민의힘 출신에 대한 배타적 감정도 여과 없이 표출되고 있다. 김관영 지사 취임 이후 발탁한 인사들이 하나같이 전북이 아닌 타 시도 사람이라는 거다. 면면을 따져보면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민주당이 주축인 지역 정치권에서는 과거 국민의당 출신들이 대거 발탁되는 게 곱게 보일리 만무하다. 여기에 일부 참모나 산하기관장 후보가 자격 시비를 불러일으키면서 외지인 논란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그런데 사안의 본질은 외지인 논란이나 자격시비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구실일 뿐 발단은 민주당 지사 경선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민주당을 줄곧 지켜왔던 세력과 국민의당 출신 세력 간 힘겨루기는 경선으로 결말이 났으나 아직 앙금이 남아있다는 얘기다. 대놓고 말은 안하지만  “우리가 민주당을 지켜올 때 당신들은 살길 찾아 탈당하지 않았느냐”는 속내도 조금씩 표출되는 것 같다. 여기에 도의회 일각에서는 지방의원을 제대로 대접 해주지 않는다는 불만이 팽배해지면서 자격 시비로 포장된  ‘외지인 배제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역 출신으로 전북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인사가 능력까지 갖췄다면 더 말해 무엇하랴.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우리도 모르게 전북에서 또 다른 형태의 축객령이나 알함브라 칙령을 반포하면서 사람들을 내쫒고 있는것은 아닐까.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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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객령 #알함브라칙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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