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만 해도 일본은 세계적인 반도체 강국이었다. 당시 세계 반도체 시장은 일본과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형국이었지만 국가별 지역별 매출은 일본이 절반을 훌쩍 넘었고 미국은 30%대에 머물렀다. 돌아보면 일본의 전기전자제품이 세계시장을 제패하고 있던 그 시절, 우리나라에도 ‘코끼리 밥통’이 유명세를 탔었다. 그러나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이후 꾸준히 몰락해 갔다. 그 사이 미국은 반도체 산업 규모를 확실하게 불렸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급속 성장했다.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던 일본이 반도체 산업 부활에 나서는 모양이다. 일본 정부가 발표한 정책도 그렇지만 일본 기업들의 적극적인 행보가 눈길을 끈다. 그 선두에 우리에게도 친숙한 전자기업 교세라가 있다. 교세라가 밝힌 반도체 전자 분야 투자 규모가 우선 놀라운데, 자그마치 자본지출 9,000억엔, 연구개발에 4,000억엔이다. 지난 3년 동안 투자했던 비용보다 2배 규모란다. 이 기업에 유독 관심이 가는 이유는 지난 여름 별세한 창업주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 덕분이다.
‘경영의 신’이라 불렸던 그는 일본에서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꼽혔다. 농학자 우장춘 박사의 사위이기도 한 그가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자서전 <왜 일하는가>가 출간되면서다. 이 책은 2009년 출간된 이후 전 세계에서 수백만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다. 다양한 곳에서 추천도서로 소개되는 책으로 이름을 알렸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 처음 소개된 이후 유명 기업가들이 추천하고 특히 삼성이 10년 동안 신입사원들에게 추천한 책으로 알려지면서 더 큰 관심을 모았다.
이나모리 회장이 직접 쓴 자서전이자 일대기인 이 책은 지방대 출신으로 오래된 중소기업에 입사했던 그가 1959년 자본금 300만 엔으로 교토세라믹을 설립한 이후 연매출 16조 원, 6만 9천 명 직원들이 일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과정이 담겨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렇다고 일을 잘하는 방법이나 방식을 알려주는 자기계발서나 실용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은 대기업 회장이면서도 평생 검소하게 살았으며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기부했던 그가 어떤 철학으로 기업을 경영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노력했는가를 진솔하게 보여주고 질문한다.
'왜 일하는가' ‘앞으로 내 삶은 어떻게 될까’ ‘내가 걷는 이 길이 정말 맞는 것일까’ . 아흔의 원로경영인이 자신에게 물었던 그 질문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질문이기도 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 수도 없이 이 질문을 하며 달려왔을 우리 모두 행복한 답을 찾았으면 좋겠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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