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농촌에서의 새로운 꿈을 찾아 귀농·귀촌을 알아보는 분들이 많이 있다. 특히 청년층에서도 귀농에 관한 관심이 그야말로 “핫”하다. 2023년부터 대폭 확대된 “청년창업형후계농 영농정착지원사업!” 기존보다 파격적인 지원확대, 예를 들면 정책자금의 대출한도를 최대 5억까지 늘렸으며 상환조건 또한 대출금리 연 1.5%(고정금리) 기준으로 5년 거치 20년 원금 균등 분할 상환! 거기에 영농초기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영농정착지원금 월 110만 원까지. (물론 2년 차와 3년 차에는 100만 원, 90만 원으로 차등지급) 그만큼 농업·농촌 분야에 청년의 역할론이 강조되고 있으며 정부의 지원 속에서 많은 청년 농부들이 육성되고 정착해 나가고 있다.
필자 또한 2018년도 청년창업형 후계농 1기로 선정되어 귀농한 경우로 농촌에 정착한 지 벌써 6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 옛날 할아버지께서 꿀 농사를 지으셨고 아버지 또한 젊었을 때 그 밑에서 양봉을 하셨던 걸 알았기에 품목을 정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사실 상담학과 사회복지학을 전공했고 10여 년 동안 상담만 해왔던 내게 농업과의 연관성이라고는 단 1도 없었다. 농업이라 하면 그저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흘려들었던 앨빈 토플러 할아버지의 제3 물결 중 가장 첫 번째 물결이 농경시대였음을 일컬었던 정도? 하지만 청소년법인기관에서 사직하고 귀농을 결심하며 품목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끊겼던 가업을 잇는 청년 농부”, “3대째 꿀벌 농사를 짓는 청년꿀벌농부”라는 마케팅 활용에 아주 탁월한 타이틀이 그저 달콤하기만 했기에 호기롭게 양봉을 선택했고 벌통 30군으로 꿀벌 농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해에 이상기후로 아카시아꿀을 구경도 하지 못했다. 대한민국에서 생산되는 꿀의 75%를 차지하는 아카시아꿀을 한 방울도 수확하지 못했다는 말은, 그냥 그해 꿀 농사가 망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두 번째 해는 꿀벌의 최대 숙적인 진드기 방제를 위해 처리한 약품처리를 너무 적게 해서 꿀벌이 많이 죽어 나왔고 2021년에는 양봉장 인근의 과수원에서 살포한 농약으로 인해 꿀 수확 직전에 가장 왕성한 세력의 벌통들이 피해를 보았다. 그리고 대망의 다섯 번째 해였던 작년 봄, 전국적인 꿀벌 연쇄 실종사건으로 78억 마리가 일제히 사라졌을 때 필자의 꿀벌들 또한 피해를 보았다. 그 짧은 기간에 참, 기구하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 농사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단순히 먹고 살기만을 위함이 아니다. 꿀벌을 지켜야 우리가 살아가는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신념과 더불어, 농촌에 청년들이 있어야 우리의 농촌 또한 지켜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농업은 1차 농산물 생산을 통해 우리의 먹거리, 즉 식량자원을 책임지는 아주 막중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지만, 그뿐만 아니라 농촌의 생태환경자원과 농경문화만이 가지고 있는 전통적 가치와 공동체의 기능, 그 안에 숨겨있는 공익적 가치를 계승 발전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의 역할이 절실하다.
필자를 향해 어떤 농사를 짓고 있냐는 질문을 한다면 꿀벌 농사를 짓는 것과 함께 청년농촌활동가로 활동하며 사람이 농촌에 머물고 정취를 누리며 언제든 다시금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을 남기는 농사”를 짓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 본 기고를 통해 농촌에 정착하는 지역 청년들의 좌충우돌 농촌 생활과 더불어 다양한 농촌 활동들을 포장도 가감도 없이 전해드릴 예정이니 기대하시길!
/박넝쿨 농촌기업브랜드 신비 대표
△박넝쿨 대표는 현재 익산시희망농정위원회 심의위원, 익산시농촌활력지원센터 청년농촌활동가 대표, 익산시문화도시지원센터 이리랑익산(유튜브채널) CP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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