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는 이제 곧 ‘전북특별자치도’로 이름이 바뀐다. 이미 과반인구를 앗아가고도 계속 몸집을 키우는 공룡 수도권에 대항하려면 비수도권 지역도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 논리로 ‘대구경북’, ‘광주전남’, ‘충청’이 ‘메가시티 전략’을 전개하고 있고, 제주 강원 전북은 자치권을 강화한 정부 직속 ‘특별자치도’로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덩치를 키우는 ‘메가시티 전략’은 비수도권에 또 다른 공룡을 만들 수 있어서 걱정스럽다. 그보다는 작은 지역들의 연결을 강화해 하나의 생활권을 이루고 함께 상생하는 ‘소도시연합’이 더 좋은 전략이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소도시연합의 희망을 보여주는 첫 사례가 되길 바란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대중교통 혁신'이다. 오고 가기 편한 전북을 만들자. 자가용이 없는 청년들도, 운전이 힘든 어르신들도 대중교통으로 어디든 편히 오갈 수 있게 하자. 관광도 생활도 대중교통으로 너끈히 가능한 전북을 만들자. 대중교통이 자가용보다 더 빠르고 더 유리해진다면 전북은 아주 ‘특별’한 곳이 될 것이다. 기대지 않고 스스로 우뚝 서는 ‘자치’의 성지가 될 것이다. 누구나 와서 살고 싶은 희망의 땅이 될 것이다.
사람도 도시도 생명력의 핵심은 원활한 흐름에 있다. 몸 구석구석 막힘없이 피가 흐르듯 이동이 편해야 지역도 살아난다. 문제는 이동수단이다. 기껏 한두 사람 태우면서 도로와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탄소를 내뿜는 자가용은 이를테면 ‘탁한 피’에 비유할 수 있다. 반면에 도시공간을 적게 점유하면서 많은 사람을 실어 나르는 철도, 버스, 트램, BRT 같은 대중교통은 ‘맑은 피’와 같다. 기후위기와 탄소제로를 생각해도 대중교통이 답이다. 시민 대다수가 자가용 전기차를 타는 도시와 친환경 대중교통을 애용하는 도시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환경친화적일까?
제안한다. 전북도청과 14개 시∙군 대중교통 담당자들이 함께 팀을 이뤄 전북의 대중교통 현황을 진단하고 혁신방안을 찾길 바란다.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지 말고 전북을 가장 잘 아는 공무원들이 주체가 되어 답을 구해보자. 전북에 사는 도민들, 전북을 자주 오가는 교류인구, 전북에 체류 중인 생활인구, 전북을 애틋하게 가슴에 담고 사는 관계인구 모두에게 귀를 열고 의견을 구한다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좋은 사례들도 많다. 전국 최초로 완전 공영제를 실현한 신안군 공영버스를 타고 섬 여행도 해보고, 서울과 경기 등 준공영제 개혁 사례들도 열공하자. 건설비가 많이 드는 지하철이나 노면 트램보다 가성비가 훨씬 좋은 ‘BRT’와 수요응답형 대중교통 ‘DRT(Demand Responsive Transit)’도 이미 국내 여러 도시에서 운영 중이다.
지난해 출간된 책 <앙제에서 중소도시의 미래를 보다> 저자들은 자꾸만 활력을 잃어가는 일본 지방 도시들과 달리 여전히 생기 넘치는 프랑스 앙제를 비롯한 작은 도시들의 차이점을 낱낱이 찾아내고, 핵심 원인으로 ‘대중교통’을 꼽았다. 대중교통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대중교통’에 ‘자전거’와 ‘보행’까지 더해 ‘대자보’ 녹색교통 3총사가 편안한 이동을 보장하는 ‘대자보 전북’을 만들자.
한 가지 더 제안한다. 도지사를 비롯한 시장, 군수들부터 대자보 출퇴근을 생활화하자. 자가용만 타면 대중교통의 불편을 모른다. 문제를 몸으로 겪고 알아야 고칠 수 있다. 특별한 자치도 전북, 대중교통 혁신에서 시작하자.
/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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