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 달 전 필자는 유튜브에서 믿기지 않는 영상 하나를 보았다. 미국 교육계가 어떤 AI(인공지능)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는 것이다. 영상에서 말하는 바로는 미국 학생들이 레포트나 시험 답안을 AI로 작성해 가는 통에 숙제가 사라지고 학교는 AI가 대필한 답지를 걸러내는데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AI가 레포트에 담아야 할 주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걸 완결된 문단, 한 편의 글로 쓸 수 있다고? 더군다나 이게 미국 내에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정도로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다고?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챗GPT’ 이게 그 AI의 이름이었다. 사용자와의 대화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전달해주는 일종의 검색엔진. 단순히 검색한 정보를 나열하기만 하는 구글이나 네이버와 같은 포털사이트의 검색엔진과 달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들을 나름대로 조합하고 걸러내어 완결된 문장과 문단으로 정리해준다는 AI.
당혹스러웠다. 필자가 AI에 대해 알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AI 알파고가 인간 이세돌을 이긴지 오래고, AI가 고흐나 렘브란트 같은 거장의 화풍을 따라 그리는 것이 놀랍지 않은 시대이다. 필자가 당혹스러웠던 지점은 AI가 가진 말도 안 되는 연산능력이나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보력 같은 것이 아니었다.
필자를 당혹스럽게 했던 것은 AI가 ‘그럴듯한’ 정보를 새롭게 생산해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문제는 이 정보들이 AI가 주는 인상만큼 정확성을 담보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토록 핫한 챗GPT 역시 스스로 제공하는 정보가 일부 부정확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당연한 얘기다. 당장에 챗GPT만 해도 2021년도까지 정보만을 학습한 채 22년 11월 대중에게 공개되었으므로 23년도 현재의 최신 정보에는 취약하다. 그리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인 만큼 온라인상에서 유통되는 데이터, 사용자와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기도 한다. 이는 AI가 습득한 정보가 항상 공신력 있고 검증된 내용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미 정보의 파도 속에 휩쓸리며 살고 있다. 온갖 인터넷 매체를 통해 수많은 정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져 들어온다. 우리는 그 안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고, 검색한다. 하지만 우리가 보고, 듣고 있는 정보가 확실한 정보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판단을 할 때 한 가지 정보만 보는 것이 아니라 몇 개의 정보를 비교하고 거기서 나름대로 맞다고 생각되는 것을 ‘선별’해낸다. 그 선별의 과정이 정교할수록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
챗GPT는 이러한 선별의 과정을 무색하게 만들어버릴 수 있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한 데이터를 가진 AI가 제안한 검색 결과물을 우리가 의심하는 것이 쉬울까? 압도적으로 똑똑한 AI가 내놓는 결과물은 대체로 맞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 숨어 있을지 모르는 쌀 한 톨 만큼의 오차는 눈 감고 넘어가도 되는 것일까?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훨씬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우리는 정확한 정보를 선별해내는 과정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AI는 우리의 일상을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일종의 도구일 뿐이다. 대신 답을 찾아주는 정답지나 해결사가 아니다. 눈 깜짝할 새 이미 와버린 인공지능의 시대. 온전히 누리기 위해 우리는 의심하고 판단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장보람 완주 문화도시지원센터 공유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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