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를 통해 선보였던 콘텐츠 '오징어게임'에서 등장인물 오일남(노인)이 외친 대사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자세한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스포일러의 우려가 있어서 생략하지만, 결론은 자신들의 생존이나 눈앞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 결국 구성원 모두가 파국에 치닫는 위기 상황으로 이어지자 노인이 두려움에 떨며 외치는 한 줄의 절규였다.
“이러다가는 다 죽어!” 나는 농촌으로 귀농한 지 5년이 되었다. 강산의 반절쯤은 변했을 시간일까? 문제는 강산이 어떤 한 공익광고처럼 푸르게 푸르게 변해왔다면 30대 청년이 농촌으로 들어와 그저 잘 정착해 가고 있노라 말할 수 있겠지만 우리의 강산은, 사회는, 환경은 그렇게 푸르게 변한 것만은 아닌듯싶다. 양봉을 시작하여 매해 위기가 찾아왔고 그때마다 극복해나가고 있었지만 2022년부터 심상치 않게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청년꿀벌농부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필자의 모골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2022년 봄, 월동에 들어갔던 꿀벌들을 입춘을 기점으로 깨워 본격적인 꿀 농사를 준비하는데 벌통 안에 있어야 할 꿀벌들이 사라지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었다. 그 당시 언론사는 꿀벌 집단실종사건, 72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졌다는 등의 타이틀로 연일 꿀벌 군집 붕괴 현상에 대해 보도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러한 현상이 거기서 멈추지 않고 우려했던 대로 올해 또다시 발생한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작년 가을부터 양봉농가들로부터 꿀벌이 빠진다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고 그러한 현상은 올해 봄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 2023년 2월 22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전국적으로 약 40~50만 봉 군(약 100억 마리)가 사라졌지만, 양봉산업과 자연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제한적이라 발표하였고 또한 폐사의 원인이 꿀벌의 기생충인 응애의 방제 실패, 즉 양봉농가의 관리부실을 주원인으로 단정 지으며 기후변화는 꿀벌피해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봉업에 종사하며 매일매일 일기예보와 날씨 앱을 끼고 사는 입장에서 월동준비를 해야 했던 2022년 가을에 평년보다 2도나 높았기에 활동을 멈추지 않았던 꿀벌들, 2023년 초봄에 따뜻해지다 갑자기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한파의 영향 등 이전과는 다른 이상기후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산에 헬기를 이용해 살포하는 항공방제와 논에 드론을 이용한 방제, 꽃이 피는 시기에 과수농가에서 뿌리는 유독성 살충제 등 꿀벌을 위협하는 위험요인까지 수많은 가능성이 묵과된 발표이기에 안타깝다.
꽃을 수없이 옮겨 다니며 수술의 꽃가루가 암술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꿀벌.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주요 작물 중 70여 개의 작물은 꿀벌 없이는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분석처럼 꿀벌의 역할은 가히 어마어마하다. 식물의 수정을 돕는 역할의 부재는 결국 초식동물, 육식동물, 인간에게 도미노처럼 연쇄반응을 보일 것이고 꿀벌이 사라진다면 인류는 4년 내로 멸종할 것이라는 아인슈타인의 예언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농부의 입장뿐만 아니라 18개월 딸아이를 두고 있는 아빠로서 꿀벌이 사라지는 문제는 단순하게 넘어갈 사항은 아니다. 우리의 단순한 문제의식과 원인 규명이 다음 세대의 생존에 크나큰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다 같이 살기 위해!”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박넝쿨(농촌기업브랜드 신비 대표)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