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입장인 청주, 대전세종권으로 묶여서 혜택
123조라는 천문학적인 예산 투입에 전북은 배제
전북만 고립, 강원은 최근 여당실세의 힘으로 교통망 대폭 개선
실제 수요와 관계없이 광역시 없다는 이유만으로 차별
내년 1월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둔 전북이 광역시 하나 없다는 이유만으로 ‘내륙 위 외딴 섬’에서 벗어나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우여곡절 끝에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이 확정됐지만, 특별자치도로서의 선행 과제인 대도시권 광역교통망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이는 곧 전북이 명칭만 특별자치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는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대광법) 개정안’의 처리를 지난 23일에 이어 또 다시 보류했다.
첫 관문인 소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면서 국토위 전체회의, 법사위 회부, 국회 본회의 표결까지 더욱 험난한 길이 열렸다. 현 상황을 감안하면 올 상반기 대광법 통과도 요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대광법은 법률의 적용 대상인 대도시권을 특별·광역시 및 그 도시와 같은 교통생활권에 있는 지역으로 국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광역시가 없는 전북은 대도시권광역교통망에서 완전히 제외돼 있다. 국토교통부는 현행법에 따라 광역교통 2030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기획재정부를 통해 막대한 국비를 투입하고 있다. 광역교통2030 사업의 총사업비는 127조 1192억 원으로 전북은 관련 예산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한다.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밝힌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 주요 업무 추진현황을 보면 대도시권 광역교통기본계획은 해당 법 제3조에 근거한다.
대도시는 수도권(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및 경기도), 부산·울산권(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 경북 경주시 및 경상남도 양산시·김해시·창원시·밀양시) 대구권(대구광역시, 경북 구미시·경산시·영천시·군위군·청도권·고령군·성주군·칠곡군·의성군 및 경상남도 창녕군), 대전·세종권(대전광역시, 세종특별자치시, 충남 공주시·논산시·계룡시·금산군·천안시·아산시 및 충북 청주시·보은군·옥천군), 광주권(광주광역시 및 전남 나주시·담양군·화순군·함평군·장성군·무안군)까지 포함하고 있다.
전북과 강원만 현행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다만 최근 강원도는 정권 실세인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의 영향으로 막대한 국비를 지원받는 교통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전북지역 홀로 내륙 지역에서 교통 인프라 확충에 있어 차별받고 있는 셈이다.
전주와 인구가 비슷한 청주는 대전·세종권으로 편입돼 이미 대광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실제 교통수요와 관계없이 인근에 특별시나 광역시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획일적인 차별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가 이번에 보여준 태도는 지역 간 빈익빈 부익부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선 교통인프라 확충이 최우선”이라며 전북에 교통망 확대를 약속한 것과도 배치된다. 전북권의 교통이 다른 지역보다 낙후될 경우 10년~20년 뒤 전주의 입지는 대광법의 수혜를 입는 다른 지역과 경제력에 있어 더 큰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전주 같은 도시는 대도시권 교통망에 포함된 나주시보다 교통 수요가 많음에도 현행법에서 배제돼 교통 불편을 감내해야 한다.
지난 2019년 ‘국가교통조사DB시스템 운영 및 유지보수 전국 여객 O/D 보완갱신’ 데이터와 한국교통연구원이 같은 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전주시와 인접 도시 간 평균 통행량(6만3781건)과 광주권역 평균 통행량(8만403건)은 1만6622건 차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대도시권 광역교통 정책으로 예산배정에 있어 실제 수요보다 훨씬 불리하게 작용했다.
인구가 점차 줄면서 정치력 역시 더욱 약화되고 있는 점도 미래를 어둡게 한다.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이 갖은 논란에도 프리패스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또 정부의 예타 조사 기준이 강화되고 있는 기조도 전북 입장에선 악재로 거론된다. 대광법 적용도 받지 못하는 전주권에 예타 기준까지 강화될 경우 도내 주요 교통망 사업의 추진이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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