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어김없이 또다시 봄!
차갑게만 느껴지던 공기가 포근하게 느껴지는 4월, 봄기운이 완연하다. 그 덕에 올해의 벚꽃은 유독 빠르게 만개했고 청년꿀벌농부의 꿀벌들도 정신을 차릴 새 없이 분주하다. 꽃향기가 가득하고 화사한 색감이 여기저기 만발하니, 어디로든 꽃놀이 가라고 등을 떠미는 것 같다. 그 덕에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익산시 성당포구의 벚꽃길을 거닐며 봄맞이를 했다.
귀농하고서 결혼을 했고, 그 이듬해에 딸아이가 태어난 뒤 어느덧 18개월이 지났다. 그 작았던 아이가 이제는 뛰어다니며 온갖 이쁜 짓을 다 하는 요즘, 아빠가 되고 나서 최고 난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듯하다. 그 작은아이와의 신경전이랄까? 아이와 아빠인 내가 다투는 것 같기도 하고 나 혼자 서운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게 기 싸움인 건지 뭔지. 육아용어로 “재접근기”라 하여 생후 16~18개월, 길게는 24개월까지 아이의 정신 성장 발달 단계로써 양육자로부터 정신적 독립을 취하고 싶은 욕구와 더불어 자신의 신체 제어가 숙달되지 못함으로 인한 불안함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시기이기에 주 양육자의 역할을 하는 엄마의 품으로 파고드는 시기가 있다고 한다. 쉬운 말로 풀어보면 엄마 껌딱지 시기이다. 엄마 뒤만 따라다니고 가능하면 엄마를 자기 옆에 붙잡아두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아빠는 언제나 뒷전이다. 안아주려고 하면 싫다고 떼쓰고 울면서도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진다. 정말 속을 모를 일이다. 이해가 안 되지만 그게 이 시기에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 한다. 아이 엄마는 지쳐가지만, 딱히 아빠로서 아이를 돌봐줄 수가 없다. 왜냐하면 내 손길은 아이가 원치 않기 때문에. 이게 나에겐 오히려 다행인 걸까? 허허
그러다가 이번 달부터 아내가 파트로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아이를 온전히 봐야 하는 날이 생겼다. 꿀벌이 한창 바쁠 때 이긴 하지만 농장의 일은 오전이면 마무리되기 때문에 작업을 마치고 딸아이를 어린이집에서 하원 시키는데 엄마가 없으니 꿩 대신 닭이라 생각했는지 아빠인 나에게 “쏙”하고 안긴다. 처음엔 너무 이쁘게 안겨서 그저 좋았는데, 그러고서 안 떨어진다. 물을 먹고 싶다고 해서 떠주려 해도 안겨서 안 떨어지고, 과일을 먹고 싶다고 해서 깎아주려 하는데도 꼭 안겨있어야겠다고 한다. 아, 재접근기! 그제야 아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던 재작년 9월의 가을은 정말 전쟁이 따로 없었다. 한창 말벌과의 전쟁에서 꿀벌들을 지켜내야 했기에 양봉장에서 떠날 수가 없었고 하필 딸아이가 태어나는 날 전라북도농식품인력개발원 귀농·귀촌 사례 강의가 예정되어있었기에 태어난 아이를 보자마자 강의하러 출발해야했었고 또, 익산시로컬푸드직매장이 개장하는 날이어서 유튜브 영상 촬영이 예정되어있었다. 말 그대로 일복이 터지던 시점이었다. 그런데도 새벽에 농장일을 하고 낮에 외부일정을 소화하고 산후조리원으로 가 쪽잠을 자면서도 그저 행복했다. 자그마한 우리의 아기가 꼬물거리고 있고 안아주고 토닥여주고 쌔근쌔근 잠자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다른 어떤 것도 필요 없을 정도로 행복했다.
잠잠히 그때를 생각해보면 또 한 번의 전쟁이 지나가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아빠가 처음인지라 잘 모르고 어색하지만, 전쟁을 치르는 동안 힘든 것보다는 아이를 보며 행복하기에 두 번째 봄을 맞이하며 좀 더 부모로서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는 게 아닐까?
/박넝쿨 농촌기업브랜드 신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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