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에 여섯 번 글을 쓸 수 있어 행복했다. 전주에서 나고 자라 초중고를 마치고 20대에 고향을 떠나 40여년을 서울과 수도권에서 살았다. 대학에서 도시를 공부하면서 또 박사학위 뒤 서울연구원에서 13년 도시정책을 연구하면서 늘 전주와 전북을 마음에 담고 살았다. 수도권 대학으로 직장을 옮긴 뒤에는 이곳 대학으로 오는 꿈을 꾸고 도전했지만 이루진 못했다. 4년 뒤 정년을 맞으면 남은 삶은 고향에서 더 행복하고 더 보람 있게 살고 싶다.
마지막 글은 <사람> 이야기로 마무리 하려 한다. 지역 발전의 요체는 무엇보다 사람이다. 인구가 아니라 인재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지역을 지켜온 인재들을 귀하게 모시고, 더 많은 인재들을 지역으로 초대해야 한다.
지난해 일본 도쿠시마현 가미야마정에 출장을 다녀왔다. 인구 6천명 남짓의 작은 산골마을에 오래전부터 인재들이 몰려왔고 올해 4월에는 고교 3년, 전문대 2년의 5년제 고등전문학교가 문을 열었는데 200명 정원에 교육비는 무료다. 가미야마 사람들은 <창조적 과소>를 지향한다.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시대에 인구수를 유지하거나 늘리려는 노력은 허망한 일이니, 인구가 아닌 인재 초대에 목표를 두었다는 뜻이다. 이런 비전으로 1990년대부터 국내외 예술가들을 초대했고, 대도시에 본사를 둔 IT기업의 위성사무소를 유치했으며, 창업과 취업을 꿈꾸는 청년과 중장년을 꾸준히 영입했고, 마침내 똑똑한 청소년들을 초대하기 위해 정규 학교까지 세웠으니 소멸 위기의 작은 지역이 할 수 있는 <인재 초대>의 모든 노력을 다 해낸 쾌거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라는 정현종 시인의 절창처럼 사람의 초대와 인재의 방문은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개발 프로젝트보다, 기업의 유치나 프랜차이즈 입점보다 훨씬 더 강력한 지역 경쟁력의 원천이 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인재들이 우리 전북으로 올까? 먼저 할 일이 있다. 바깥 인재의 초대에 앞서 지역 내 인재들부터 보살피고 섬겨야 한다. 여기서 창업하거나 취업해 열심히 일하는 청년들이 행복한지 묻고 미흡한 게 있다면 무엇이든 해결해주자. 아이 낳아 키우는 30~40대 젊은 부모들이 겪는 불편과 불안도 알아내어 행복하게 아이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자. 고향을 지켜온 중장년들이 은퇴 뒤 자존감 있게 여생을 보내도록 세심하게 지원하자. 지금 여기 사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초대의 말에 힘이 실리고 진정성 또한 커질 것이다.
인재 초대의 또 하나 선결조건은 <집>이다. 빈집 등 유휴공간들을 활용해 인재들이 와서 머물고 살 양질의 집을 많이많이 마련해야 한다. 전남 화순군이 신혼부부들에게 월 1만원 임대료의 아파트를 제공하듯 전북을 삶터로 꿈꾸는 청년과 중장년,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집을 제공하면서 초대한다면 아주 효과적일 것이다. 전북에 오면 한 지역에 고립되지 않고 전북 어디든 편히 오갈 수 있도록 대중교통 연결을 혁신해주는 것도 인재 초대의 선결과제다.
지역의 경쟁력을 재는 지표는 과연 무엇일까? 인구수일까? 소득이나 고용과 관련된 경제적 지표들일까? 아니다. 진정한 경쟁력 지표는 그곳에 사는 걸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들의 수일 것이다. 전북에 사는 걸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전북에 살고 싶은 사람들의 수도 늘 것이다. 여기 사는 게 행복한 사람들, 그들이 전라북도 경쟁력의 요체다. 인재를 모시자. 무엇보다 사람으로 전북을 키우자!
/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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