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정명(定名) 천년을 맞아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전북과 광주·전남 등 호남권 3개 광역자치단체가 24억원을 들여 추진한 역사 기록 프로젝트 ‘전라도 천년사’ 편찬사업이 자칫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라도 천년사는 역사·문화·예술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213 명의 집필진이 5년동안 심혈을 기울여 34권에 달하는 분량으로 편찬한 방대한 역사서다.
전라도 3개 시·도는 이 역사서가 전라도의 역사와 문화를 널리 알리는 안내서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해 예상치 못한 역사왜곡 논란에 휘말리면서 발목을 잡혔다. ‘전라도 오천년사 바로잡기 500만 전라도민연대’라는 단체가 식민사관에 근거해 역사를 왜곡했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여기에 지역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지난해말 진행하려던 봉정식도 결국 연기됐다. 3개 시·도와 편찬위원회는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해 ‘전라도 천년사’ e북을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이어 최근에는 공람 기간을 7월 9일까지 2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또 의견수렴 후에는 현저하게 상충하는 이견과 쟁점을 놓고 주제별 공개 학술토론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논란이 이어지자 호남지역 역사학계와 전국 11개 대학의 역사학 전공 대학원생들이 나섰다. 집필진에 대한 자극적인 비난과 선동 ·압박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전라도의 역사와 문화를 알려 호남인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야심차게 기획한 사업이 오히려 갈등과 분열만 부른 채 자칫 매듭도 짓지 못하게 생겼다. 200여명의 연구자가 전라도의 자존심을 걸고 5년간 심혈을 기울인 프로젝트다. 발간을 미룬채 소모적인 논쟁만 되풀이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극적인 비난과 압박, 그리고 감정 섞인 식민사관 공방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편찬위원회가 공람 기간을 연장하면서 각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있다. 또 학술토론회를 열어 공개적인 검증절차도 진행할 계획이다. 문제를 제기한 시민단체와 지역 정치권도 이제는 비난과 압박을 멈추고 공개 검증절차에 따라야 한다. 또 편찬사업의 주체인 호남권 3개 시·도는 검증과정에서 큰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절차에 따라 ‘전라도 천년사’ 를 봉정하고, 이 역사적인 프로젝트를 갈무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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