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최근에 일어난 일이다, 아니? 아직도 겪고 있는 나의 상황이다. 퇴근하고 저녁을 대충 때우고자 근처 편의점에서 참치마요 삼각김밥을 하나 사서 먹었다. 그게 화근이었다. 그날 밤부터 37.8도부터 시작해서 새벽을 넘기니 38.8도까지 열이 펄펄 오르기 시작하며 나의 몸과의 위태로운 전쟁이 시작되었다.
새벽 4시, 가까스로 잠에 든 내가 모기의 '위잉~' 소리에 잠이 깨어 '잠도 깬 마당에 약이나 찾아보고 자야겠다'라는 생각에 약을 찾아보았다. 타이레놀은 이미 없다고 생각하여 약을 찾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웬걸! 수 일 전에 몸살로 처방받아온 약에 소염진통제와 해열제가 있었다. 약을 꼴딱 삼킨 후 방으로 가서 모기와의 전쟁에서도 승리하며 뿌듯한 마음으로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승리자의 모습과는 다소 다르게 오한으로 발발 떨며 하루를 시작하는 바람에 당장 집 근처 의원으로 향했다. 코로나, 독감은 당연히 아니었다. 감기 증상은 하나도 없었거든. 감기 증상뿐만 아닌 소화기관이나 신경계의 증상도 하나 없었다. 그저 고열로 인한 두통, 현기증, 오한, 식욕부진 만이 나를 힘들게 했다. 원인도 모른 채 약만 타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은 그렇게 약으로 다른 증상을 감춘 채 보냈을 지도 모른다.
다음 날 밤, 슬슬 배가 아프더니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집 근처 응급실로 향했다. 피검사 결과, WBC(백혈구 수치, 정상 : 5,000-10,000uL)은 18,000uL까지 올랐고 CRP(염증 수치, 정상 : 0.5mg/dL)는 23mg/dL 만큼 올라 있었다. 피검사 결과를 듣자마자 나도 참 바보같이 차라리 장염이었으면 좋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면서 혹여 췌장이나 맹장, 담낭이나 간 등 큰 장기들에 문제가 있을까 무섭고 속상한 마음에 눈물만 흘렀다.
CT 결과, 상행결장과 횡행결장에 전체적으로 염증이 껴있었고 염증수치로 미뤄보아 심각한 장염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여기서 상행결장은 대장이 맹장과 이어지는 부위이며 우측 하복부에 위치해 있고 횡행결장은 상행결장과 하행결장을 이어주는 부위로 우상복부로부터 좌상복부를 향해 뻗어 있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은 참 간사한게 차라리 장염이었으면 했던 내가 진짜 장염이라는 진단을 들으니 또 '무슨 장염이 이렇게까지 날 힘들게 해?'라고 생각하며 원망스러웠다.
평소에도 자극적인 음식이나 과식으로 장염이 자주 걸렸었는데 내 한 손에 들어올까 말까 하는 그 '삼각김밥' 때문에 이렇게나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사실이 무섭기도 하고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김밥으로 식중독을 사람들은 뉴스를 통해 보긴 했지만 '삼각'김밥으로 장염에 걸린 사례는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입원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다는 의사선생님 말씀에 그 날로 바로 입원을 하게 되었고 치료를 시작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병실이고 여전히 금식 중에 있다. 사실 삼각김밥이 나에게 아픔을 주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전 날 먹었던 빵과 우유가, 삼각김밥과 함께 먹었던 천하장사 소시지가 또는 엄마가 해주신 된장찌개 이 모든 게 화근이었을지 모른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독자들 또한 평소 좋아하는 음식이 계절음식이 되지 않도록 여름이니 만큼 삼각김밥을 포함한 모든 음식에게 당하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유세현 간호사
△유세현 간호사는 전주 출신으로 예수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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