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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만 하면 된다.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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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길 전북연구원 사회문화연구부 연구위원 

가을이면 서로 다른 종교인이 손을 잡고 걷는다. 종교 간 화합을 말하는 세계종교문화축제, 총을 겨누는 게 아니라 손을 잡고 걷는 모습에 세계가 놀란다. 누구는 이게 다른 이를 포용하는 전북의 문화라고 말한다. 그런데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이른바 4대 종교 외에 다른 종교인도 참여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이왕이면 무슬림 손도 잡으면 좋지 않을까? 이게 진정한 화합이지 않나?

전주국제영화제를 부르는 다른 말이 있다. ‘영화표현의 해방구’. 다른 영화제에서 상영이 불허된 영화, 소수를 다룬 영화를 어떤 검열도 없이 당당하게 스크린에 올리는 영화제, 그래서 많은 영화인이 전주국제영화제를 칭찬한다. 누구는 이게 전주 문화의 힘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2018년 전주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던 섬뜩한 피켓을 모두가 기억한다. 전주에서도 스크린을 벗어난 표현은 자유롭지 못하다.

<문화혼종성>을 펴낸 피터 버크 교수는 이질적인 문화를 접하는 사회는 용인, 거부(저항·정화), 분리, 적응이라는 네 가지 특징을 보인다고 말한다. 자기 집단에 위험을 느끼는 문화는 철저하게 거부하거나 분리하지만, 위험이 적은 문화는 용인하거나 이질적인 문화에서 필요한 부분을 자기 문화에 맞게 변형하여 적응시킨다는 게 피터 버크 교수의 설명이다. 

우리와 다르거나, 소수인 문화를 대하는 방식은 문화별로 다르다. 앞에서 살펴본 두 사례처럼, 어떤 문화는 용인하나 어떤 문화는 철저하게 분리하거나 내친다. 같은 소수문화라도 소수집단 간 ‘차별의 차등화’가 나타나고, ‘소수문화집단 내 소수자 문제’도 심각하다. 존재를 부정당하는 성소수자처럼 같은 소수자라 하더라도 차별의 무게가 다르다. 

소수문화의 차별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민사회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비혼공동체를 단순한 ‘여자들 모임’으로 치부하며 “남자들 모아서 집단 미팅하자”라며 건네는 농담, 성소수자의 강간을 ‘교정’강간이라며 합리화하는 태도 등 특정 소수문화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다. 아시아 관광객은 반갑지만 아시아 무슬림은 내키지 않는다. 

선별적 포용과 배제, 정책에서도 나타나는 문제이다. 전북연구원 조사(2020년)에서 사회적 소외도가 큰 범주 1위는 성적지향이었다. 그런데 정책적 시급도를 묻는 말에는 장애문화가 1위로 조사되었다. 중요도가 높다고 응답한 성적지향과 종교는 오히려 정책 시급도가 낮아졌다. 사회적 갈등이 첨예하고 혐오표현이 일상적인데도 이렇다 할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정책 뒷순위로 미뤄두는 정부의 한계가 지역에서도 나타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인식은 문화정책에 반영된다. 성적지향이나 특정 종교의 표현과 관련된 사업은 지자체에서도, 지자체 출연 문화기관에서도 만나기 어렵다. 

소수자는 구성원이 적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반복적인 차별과 배제를 받는 집단을 말한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분배의 정치’가 아니다. 자기 문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인정의 정치’(Politics of Recognition)를 원한다. MZ세대의 다름을 인정하듯, 우리 이웃인 그들의 문화가 다름을 인정하면 된다. 그뿐이다. 다름을 인정하면, 여러 문화가 적응되어 새로운 가치가 창출된다. 이것이 2014년에 법률로 제정되고 2019년에 도조례로 제정되었으나 아직 갈 길이 먼 문화다양성이다.

/장세길 전북연구원 사회문화연구부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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