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가을은 대표적인 축제의 계절이다. 특히 코로나가 끝난 후 지역마다 크고 작은 축제들이 연이어 열리고 있다. TV나 입소문을 통해 축제의 인지도가 있는 지역이라면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통계에 따르면 올해 개최 예정인 지역축제는 총 1,129개다. 하루에 3개 이상의 축제가 열리는 셈이다. 그리고 대부분 계절성 지역특산물이나 명소 중심으로 셋팅 된다. 잘 만든 축제가 지역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크다. 대표 먹거리를 내세운 축제들은 방문자 수와 판매수익으로 대변되는 관광 효과를 보여준다. 하지만 축제의 관광효과, 지역을 살리는 ‘돈’과 ‘실용’이라는 명목하에 이에 대한 비판이 종종 묵살된다.
몇 년 사이 지역 축제마다 트로트 가수 팬클럽 버스를 보는 일이 익숙한 풍경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어쨌든 방문객이 늘어 좋은 줄만 알았는데, ‘실익이 없다’ 는 푸념이 들린다. 타지역에서 가수의 팬들이 몰려와서 좋아했는데, 막상 공연이 끝나고 축제는 둘러보지도 않은 채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담당자들의 마음은 알겠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현상을 몇몇 팬들의 이기심이나, 축제의 부작용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지금은 비슷비슷한 지역축제에 대해 스스로 물음을 던져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애초부터 지역과, 지역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지역축제가 단순히 특정 농수산물이나 먹거리로 대표되는 것이 너무 안일한 전략은 아니었는지 뒤돌아봐야 한다.
사실 많은 지역의 축제가 먹거리 중심, 명소 중심 일색인 데는 이유가 있다. 지역이 가진 한계 때문이다. 재정자립도가 받쳐주지 않으니 단발성 행사로 단기간에라도 성과를 내야 한다. 비슷비슷한 농산물이어도 경쟁적으로 선점해서 방문객 수든 경제적 효과든 입증해내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한 자극적인 콘텐츠나 유인책이 우선이 된다. 그리고 이런 구조 속에서 지역이 가진 이야기는 더욱 빈곤해진다.
축제가 가진 관광 효과 측면에서, 코펜하겐의 사례를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코펜하겐은 인어공주동상으로 유명한 덴마크의 작은 도시다. 코펜하겐 역시 몇몇 관광지로 인해 교통체증이 불거지고 ‘머무는 도시’가 아닌, ‘거쳐가는 도시’였다. 여기까지는 우리나라의 많은 소도시와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2017년, 코펜하겐은 ‘(기존)관광의 종말’을 선언하고 관광객 수에 목매는 양적 팽창 정책을 포기하기로 했다. 코펜하겐의 진짜 매력은 인어공주 상이 아닌 덴마크 사람과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것. 그래서 관광객을 ‘일시적 주민’으로 만드는 전략을 짰다. 덴마크의 문화를 경험하고 도시를 보여줄 수 있도록 관광정책을 주민이 주도하게 했다. 또한 우리처럼 방문객 수나 관광 인프라에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가 아니라 관광객의 재방문율, 혁신관광프로그램개발 등 평가지표를 혁신적으로 바꾸었다. 주민과 관광객의 만족도가 올라갔고, 목표가 아니었지만 관광객 수도 오히려 늘었다. 양적 관광에서 질적 관광으로 전환한 성공적인 사례다.
각자 다른 매력을 가진 도시의 축제와 관광을 위한 천편일률적인 해법은 없다. 하지만 가을과 함께 깊어가는 축제의 계절, 이제는 축제와 관광을 통해 지역을 활성화하려는 목적과 이유를 돌이켜보고 각자의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오민정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 공생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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