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때는 말이야...~"
모두가 한 번씩은 들어봤을 법한 문구이다. 나는 이 말을 누구로부터 듣는 것, 무엇보다도 내가 직접 내뱉는 것은 더더욱 지양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부득이하게 "나 때" 일어났었던 일을 풀어야 할 것 같아 양해를 구하며 시작해 본다.
때는 2017년 11월 14일, 혹은 15일. 이제는 가물가물해진 기억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선명한 기억들로 얼룩져있다. 내가 재학 중이던 전주 여자고등학교에서는 내려오는 전통들 중에 하나로, 수능 하루 혹은 이틀 전에 3학년을 제외한 1학년과 2학년 학생회와 선도부 학생들이 3학년 건물 입구에서 학교를 나가는 출구까지 열렬한 환호와 응원을 해주며 배웅을 해주는 관습이 있다. 주로 해당 연도에 유행하는 인터넷 밈(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등지에서 퍼져나가는 여러 문화의 유행과 파생·모방의 경향, 또는 그러한 창작물이나 작품의 요소를 총칭하는 용어)을 활용하여 글귀를 작성하기도 하고, 잘생기고 예쁜 인기 많은 배우들이나 아이돌들로 변장하여 학교를 나가는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든든한 응원이 될 수 있었다. 나 또한 내가 좋아했었던 연예인, '블락비'의 '피오'의 모습을 한 학생회 후배와 함께 즐겁게 사진을 찍고 기운 넘치는 응원을 받으며 학교를 나섰던 것 같다. 수능을 치르기 몇 주 전부터 찾아두었던 정보들 (수능 전날 준비할 것, 해야 할 것, 공부할 것)을 복기하며 수능 전 날에는 일찍 자야 한다는 주변의 뭇 조언들에 따라 독서실에서 일찍 집에 돌아와 잘 준비를 하고 있었던 나였다. 떨리는 마음을 어떻게든 붙잡고 가방에 짐을 넣고 있는데 갑자기 엄마가 방에 들어오셨다. 빅뉴스와 함께. "세현아, 수능 연기됐단다." 이 말을 들은 나는 "엄마, 무슨 소리야." 하고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뉴스 속보로 수능이 연기가 됐다는 소식과 함께 우리 반의 카카오톡 단체방은 혼돈의 카오스 그 자체였다. 사실 2018 수학 능력 시험이 예정되어 있던 전 날인 2017년 11월 15일 오후 2시경에 경상북도 포항에서 추정 규모 5.5의 지진이 발생했다. 당시 나는 독서실에 있었고, 일찍 자려고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로 심각했던 문제였는지는 정확하게 알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뉴스를 내 눈으로 확인해서야 나는 털썩 주저앉으며 펑펑 눈물을 쏟아냈다. 내가 눈물을 흘린 이유는 두 가지였다. 책이나 문구에서 긴장이 탁 풀리며 주저앉는다는 말을 보았을 때 '이런 감정이 어떻게 들겠어 그냥 하는 소리겠지'라고 생각했던 내가 무색해질 만큼 내 안에 무언가가 쿵 하고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고 다리가 풀리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 나도 모르게 긴장을 많이 하고 있었던 것이었는지 마음속에 응어리가 풀리며 눈물을 쏟게 한 것이 첫 번째 이유였다. 두 번째 이유로는 내일만 지나면 자유를 얻을 것이었는데 다시 일주일을 수험생 생활을 하는 것이 너무도 억울하고 슬펐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여진 및 고사장 붕괴 우려 등의 문제로 당연히 했었어야 했을 결정이었고, 현명했던 정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당시 수험생이었던 나는 머릿속으로는 상황을 이해하지만 가슴으로는 펑펑 울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원래대로 수능을 봤으면 나는 긴장과 압박감을 크게 느꼈을 테지만 긴장감을 앞서 경험하여 수능이 일주일 연기된 진짜 수능날에는 긴장되는 마음 하나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수능을 치를 수 있었다.
이 글이 게재될 때에는 이미 2024학년도 수능이 마무리되었을 때겠지만, 나는 이 글을 수능을 앞두고 쓰기에 문득 내가 치렀던 수능을 생각하게 되었다. 인생은 내 마음처럼 참 안되지만 또 그게 어떻게 전화위복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모든 수험생들이 힘든 일에 좌절하지 않고 만에 하나 겪을지라도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유세현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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