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필자는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색깔별, 길이별, 소재별로 다른 옷을 사들이곤 했다. 하늘 아래 같은 옷은 없다고 비슷한 옷을 사 왔고, 나에게 어울릴지 고민하기보다 눈에 예쁘면 샀다. 계절이 지났으니까 또 사고, 유행을 따라가야 한다는 이유로 또 샀다. 그렇게 일 년, 이 년이 지나니 옷방은 옷으로 가득 차게 되었고 저절로 안 입는 옷도 늘어갔다.
그러다 끝없을 것 같던 구매 행진을 멈췄다.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하면서부터이다. 별생각 없이 구매하는 옷을 만들기 위해 환경이 심각하게 파괴된다는 것을 알고 난 후에 온 죄책감 때문이다. 옷 한 벌을 만들기 위해 욕조 약 11통 정도의 물이 사용된다. 대량의 물이 들어가는 것뿐만 아니라 섬유를 염색하면서 화학 물질도 배출된다. 염색과 처리 과정에서 지하수와 하천의 수질이 악화된다. 세계 공업용수 오염 원인의 20%가 의류 때문일 정도다. 옷을 만들며 원료를 조달하고, 방적, 염색, 봉제, 유통 과정에서 수많은 화석연료를 필요로 하는데, 이 과정에서 생기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0%를 차지한다.
우리는 공장에서 대량으로 옷을 생산하고 염료 처리하는 것을 본 적이 없으니까 잘 안 와닿을지도 모르겠다. 옷을 다 입고 버릴 때도 마찬가지이다. 옷이 해져서, 늘어져서, 유행이 지나서, 작아져서 와 같은 이유로 의류 수거함에 넣을 때 다른 나라의 옷이 필요한 사람에게 가서 누군가 유용하게 입어주겠지? 하는 생각으로 뿌듯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게 웬걸. 버려지는 옷의 95%는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이렇게 버려지는 양은 연간 약 48만 톤.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다큐멘터리를 보면 옷이 도착한 가나에서는 강 대신 버려진 옷이 가득 차 있고 소가 풀이 아닌 옷들을 뜯어먹는다. 경악스럽다. 내가 생각 없이 샀던 옷들을 처리하기 위해 누가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나에게 옷 구매 빈도를 확연히 줄이게 만들었다. 옷을 오래 입어야 하니 자연히 싸고 유행에 맞춰진 옷을 고르는 것 대신 지구에 부담이 덜 가는 직물과 오래 입을 수 있는 것, 유행을 타지 않는 것에 손이 간다.
매년 생산되는 옷은 1,000억 개에 달한다. 그중 330억 개가 그 해, 그대로 다시 버려진다. 이처럼 빠른 주기로 생산되고 유행을 타다 버려지는 패스트패션(Fast-fashion)이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는 미디어로 접하는 트렌드와 유행에 더욱 민감해지며, 새로운 유행을 금방 소비하고 금방 질려 한다. 옷을 쉽게 사고 쉽게 버리게 된다.
우리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무엇보다 옷 구매를 지양하고, 이미 산 옷은 오래 입으려고 한다. 벌써 10년 가까이 입고 있는 옷도 있고, 해졌지만 빈티지한 멋으로 입는 옷도 있다. 이제는 주위에서 옷 좀 사라고 잔소리도 하고, 해진 옷을 입고 있는 게 안 되어 보인다며 옷을 사줄 때도 있다. 사실 학생 때의 옷이 대부분이어서, 옷을 사고 싶은 충동이 들 때도 있다. 그렇지만 이제 나에게 옷은 꾸밈이나 미용적 목적보다는 보온 등 기능의 목적을 착실히 수행하기만 하면 돼서 나름의 방법을 찾아 즐겨찾기에 있던 쇼핑몰 목록을 없애고, 구독도 취소하였다. 우리는 이제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고, 유행과 옷과 서서히 이별할 때이다.
/모아름드리 환경단체 프리데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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