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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서울에서 만난 전북 - 3·1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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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중진 변호사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혹시 이런 문구를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저에게는 아주 익숙한 문장이지요. 사법시험을 공부하면서 거의 외우다시피 했던 대한민국 헌법 전문(前文)의 첫 문장이거든요. 헌법 전문은 우리 헌법의 이념과 가치를 축약한 고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의 출발점이 바로 3·1운동이라고 선언하고 있는 것이지요.

1919년 3월 1일 오후 2시 인사동에 있는 태화관에 민족대표들이 모였습니다. 주인 안순환은 이 사실을 총독부에 전화로 알렸지요. 물론 민족대표들이 시켜서 한 일이었습니다. 곧 80여명의 일경이 달려와 태화관을 포위했습니다. 한용운 선생의 선창으로 “대한독립 만세”를 외친 뒤 그들은 기꺼이 일경에 의해 연행되었습니다. 

같은 시각, 부근에 있는 파고다공원에 모인 사람들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뒤 만세운동에 나섰습니다. 이후 독립을 기원하는 만세운동은 5월까지 전국으로 퍼져나갔지요. 100만명 이상이 참여해 900여명의 사망자를 내었으며, 4만 7천여명이 구속되었습니다. 

당시 태화관과 거리에서 연행된 분들이 투옥된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서대문형무소이지요. 서대문에서 무악재 방면으로 가다 보면 왼쪽에 독립문이 있습니다. 바로 그 뒤에 빨간 벽돌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건물이 서대문형무소입니다.

1908년 일제에 의해 경성감옥으로 만들어져 1987년까지 수많은 우국지사가 수감되고 때로는 생명이 다해서야 비로소 나올 수 있었던 곳이지요. 유관순 열사도 이곳에서 돌아가셨습니다. 

당시 판결문에는 태화관에서 연행된 분들을 포함해 손병희 선생을 필두로 48명의 이름이 공범으로 적혀 있습니다. 판결문을 읽어가다 주소가 전북으로 표기된 분들의 이름을 발견했습니다. 임실군 청성면 남산리 출신 박준승, 익산군 오산면 송학리 출신 임규, 김제군 반계면 반계리 출신 정노식 세분입니다. 판결문에는 경기도로 되어 있지만 장수군 번암면에서 태어나 남원군 송동면에서 유아기를 보낸 백상규(법명 백용성) 선생도 계십니다. 박준승 선생은 천도교측 대표 중 한분이셨고, 임규 선생은 일본 유학생 출신으로 독립선언서와 통고문을 일본 정부와 의회 등 공식 기관에 전달하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정노식 선생은 일본 유학 시절부터 요시찰 인물로 지정될 정도로 일찌감치 독립운동에 뛰어드셨지요. 백상규 선생은 불교계 대표였는데, 최초로 한글판 금강경을 편찬하셨습니다. 

검찰에 근무하는 동안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산위원회’에 파견나가 근무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친일의 대가로 취득한 재산을 국가로 환수해 독립운동가나 그 후손들을 위한 사업에 쓰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위원회였지요. 나라를 빼앗긴지 100여년, 독립으로부터 60여년의 세월이 지나서였습니다. 때문에 많은 재산을 환수하긴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일을 하는 과정에서 엉뚱한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지요. 대부분의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어려운 세월을 살아왔다는 것입니다. 나라를 위해 몸과 마음, 거기에 더해 재산까지 바치다 보니 후손들을 돌볼 겨를이 없던 탓이었겠지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합니다. 지난 100여년의 역사에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었을까요. 서대문형무소에 가보시면 그 해답의 일부를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양중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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