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명소가 되어버린 한옥마을. 옹기종기 교복 입은 학생들을 보다 보면, 가사 없는 감미로운 음악이 배경음악처럼 깔리면서 시선은 멍해지고 담장 밖 칼국수 냄새가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있다. 뒤에선 웃음 한껏 머금은 목소리로 희미하게 나를 부르는 애칭이 들린다. 알고 있다. 지금은 사랑하는 남편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겨우 2살짜리에게 좋은 추억이 되리라 굳건히 믿고 한옥마을을 구경 온 관광객임을. “왜 멍때려. 어디 보고 있어?”라는 물음에 모든 오감이 그 시절 나에게 가 있는 것을 눈치라도 챌세라 ”추억 여행 중이었지- 와 애들 참 청춘이다. 나도 저랬을 때가 있었는데.“라 횡설수설한다.
나는 제로웨이스트숍을 운영 중임과 동시에 환경 활동가로서 지역 내에서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숍이란,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환경에 이롭게 하기 위한 물건을 구입하기도 하며, 또 버리면 쓰레기지만 모이면 자원임을 직접 실천하기 위해 생활 속에 나오는 자원들을 모아 자원 순환을 실천하러 오는 그런 곳이다. 그렇기에 주 손님은 환경 실천가, 환경 활동가, 환경 운동가들이다. 이 불모지 같은 환경 활동지에서 함께하는 동료들이지만, 곧 그 동료들이 고객님이 된다. 그 동료들을 조금 더 소개하자면, 그들은 현재의 나에게 가장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들을 먼발치에서 보면, 지역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많은 활동들을 기획하고 실천에 옮겨 행동한다. 함께 시작했던 그들은 이제 뿌리내리라기 시작해서, 깊은 뿌리들과 얽혀 설켜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 번영되고자 한다. 하루의 시간을 온전히 자신의 시간 안에서 혼자 그리고 또 여럿이 함께하며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준비를 함께 도모한다. 그들을 보면 '청춘'이라는 단어는 그들을 가장 잘 묘사한 적절한 단어가 아닐까 한다.
그들과는 조금 다른 '서늘'을 보자면, 멀티 페르소나 그 자체다. 온전하게 혼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8시간. 그 8시간은 환경활동가로서 활동한다. 오후 6시가 되면 "어린이집 재미있었어?", "오늘은 어떤 게 행복하게 했어?", "선생님 말씀 잘 들었어요?" 재잘재잘 일방적인 독백을 늘어놓는 수다쟁이 엄마로 변신한다. 커뮤니티 활동은 나름 잘 한다. 그들과는 다르긴 하나 살고 있는 아파트의 감사와 동대표를 하고 있으며, 22년생 호랑이띠 아기 엄마들 모임에서 2년째 리더를 맡고 있다. 아줌마로 구성된 볼링 모임도 수년째 함께하고 있으며, 또 어린이집 엄마들과 함께 공동 육아를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청춘예찬' 칼럼의 제의가 왔을 때, 0.1초 정도 망설였다. ‘36살도 청춘일까?’ 짧은 시간이지만 곱씹은 질문에 ‘서늘은 청춘이지.’라는 답으로 “좋은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라 응했다.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이라는 ‘청춘’이라는 단어, 사실 나는 언제나 봄이다. 벚꽃을 보면 설레고, 피어나는 아지랑이에 마음도 간지럼 타곤 한다. 또 힘든 고민이 있을 땐 겨울이 지나면 봄이 와. 라는 문장은 10대부터 지금까지 용기 나게 한다. 가끔 한 해 한해 변하는 숫자가 나를 기성세대로 끌고 가듯 가로막기도 하고, 또 ‘엄마’라는 단어가 나를 잡아당기지만, 그래도 봄이 좋은 청춘이다. 빛나는 나의 청춘을 함께 하고 있는 환경 이야기를 상반기 동안 소개할 예정이다.
/서늘 제로웨이스트숍 늘미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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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 대표는 전주시 자원순환정책포럼 부위원장, 환경기술인, 전주 SDGs 강사, 전주시 청년희망단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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