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앞서 둥근숲과 나에 대한 설명을 하고 넘어가야겠다. 둥근숲은 전주원도심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생긴 거점공간이다. 2019년 말 공간을 오픈하고, 2021년까지 도시재생사업의 지원을 받아 지역 청년들과 ‘기회를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공간’을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다. 그리고 도시재생사업이 끝난 2022년부터 재생사업 참여 주체들이 함께 설립한 둥근숲사회적협동조합이 자립적으로 공간을 운영해 나가고 있다. 벌써 4년째 운영 중인 공간이다. 나는 거점공간 둥근숲을 담당했던 도시재생센터의 직원으로 둥근숲 공간을 운영했으며, 재생사업 종료 이후 지금까지 조합원으로 둥근숲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가 지금 커뮤니티공간 둥근숲을 운영하는 건 다 이 고민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전주원도심 도시재생센터 직원으로 일하면서 항상 해오던 고민이었는데. 어떻게 하면 함께 일하던 청년들을 떠나보내지 않고 지역에서 함께 일하며 살 수 있을까였다. 하지만 그때는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느끼기에도 지역에는 그 청년들에게 줄 일거리도, 어떤 비전도 마땅치 않았으니까. 그렇다고 동료를 떠나보낸 공허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런 고민을 안고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면서 많은 청년을 만나고 지역에서 사는 삶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렇게 2~3년을 일하다 보니 알게 된 한가지가 있다. 바로 청년들, 특히 기획자들이 지역에서의 삶을 고민할 때 실질적으로 정보를 얻을 만한 곳이 없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어떤 활동들이 일어나는지, 어떤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는지, 어떻게 지역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는지 물어보고 함께 고민할 사람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분명 지역에는 그렇게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말이다. 그런 청년들은 본인의 네트워크에서 연결점을 찾지 못하면 포기하거나, 지역을 떠난다.
연결에 대한 필요는 지역에서의 삶을 고민을 막 시작하는 청년들뿐만 아니라 이미 지역에서 2-3년 이상 활동해 온 청년들에게도 절실하다. 2022년 전주사회혁신센터의 리빙랩 사업을 통해 2년 이상 활동한 전주의 로컬커뮤니티 8팀을 만나 로컬커뮤니티에 대한 워크숍을 몇 차례 진행했었다. 이때도 주요하게 논의된 주제는 연결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함께 일할 수 있는 연결, 지속가능함을 위한 연결이 이들에게는 중요했다. 돈으로 필요한 것들을 다 마련하기 어려운 영세한 청년들이 연결을 통해 서로 필요한 역할들을 채워나가는 형태의 연결 말이다.
지역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지역에 남아있게 하려면 결국 지역 내에서의 다양한 정보의 연결, 네트워크의 연결이 필요하다. 사람이 지역에 남을 수 있도록 하는 건 그 사람과 연결된 관계들이고, 그 관계를 만드는 건 연결이니까. 그렇게 쌓인 연결의 인프라가 우리 지역의 경쟁력이 되고, 지역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안전망이 되는 것이다. 이 지역 청년이건, 타지역 청년이건 연결의 공간이 꾸준히 관계를 만들고 로컬의 삶과 일상을 계속해서 보여준다면 지역에서의 지속 가능한 삶은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연결이 지역소멸의 시대에 새로운 대안은 아닐까? 하지만 연결은 그냥 일어나지 않는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청년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을까? 지속가능한 연결은 앞으로 지역사회가 고민해야 할 또 하나의 의제가 아닐까?
/류영관 둥근숲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류영관 이사장은 전북대 도시공학과를 졸업하고 주한건설기술단과 전주원도심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서 근무했으며 커뮤니티공간 둥근숲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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