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각 주들이 필기체 의무교육법 만들기에 나섰다. 그들의 필기체 의무교육법은 초등학생들이 필기체를 읽고 쓰게 하는 교육을 의무화한 법이다. 최근 로이터 통신은 미국에서 가장 초등학생 숫자가 많은 캘리포니아주의 필기체 교육 시행을 소개했다. 지난해 10월, 필기체 의무교육법을 제정했던 캘리포니아주 초등학생 260만 명이 1월부터 필기체를 읽고 쓰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미국은 2010년대 들어서 각주의 ‘교육 공통 핵심 기준’에서 필기체 의무교육 조항이 빠지며 필기체를 가르치는 학교가 줄어들기 시작했다가 4~5년 전부터 다시 의무교육으로 바꾸는 주가 늘고 있다. 스물한 번째로 필기체 의무교육을 채택한 캘리포니아주에 이어 올해 들어서만 다섯 개 주가 의무교육법을 제정했다고 한다. 학교 교육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손글씨 쓰기가 이제는 의무교육법으로 제정되어야 하는 현실의 배경에는 교육 현장을 주도하는 디지털 기기 확산이 있다.
사실 초등학생들에게 손글씨 쓰는 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태블릿PC나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수업이 읽기 능력 등 기초 학력을 저하하는 원인이 된다는 우려가 실제로 증명되면서다. 과도한 디지털화가 문해력과 학력 저하를 가져온 환경에 직면한 나라들이 디지털 교육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그 때문이다.
스웨덴은 지난 2017년 유치원의 디지털 기기 사용을 의무화했으나 최근, 기존 방침을 백지화하고 아예 여섯 살 미만 어린이에 대한 디지털 기기 활용 교육을 중단시켰다. 디지털 기기 대신 책을 읽고, 종이에 글씨를 쓰는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더 많은 종이책을 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학교 도서 구입비를 대폭 늘려나가는 정책도 내세웠다.
디지털 기기를 교실에서 퇴출하는 나라들도 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프랑스다. 프랑스는 2018년부터 아예 학생들이 학교에 스마트폰을 가져오지 못하도록 제도화했다. 이탈리아, 핀란드, 네덜란드 등도 이미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했거나 모바일 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법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디지털 교육에 앞장섰던 나라들이 교육 방식을 아날로그로 되돌리는 배경에는 필기체 교육이 뇌와 인지 발달을 촉진하고 독해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실질적인 조언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도 우리나라는 교육 현장 전면에 디지털 교육 확대를 앞세우고 있다. 우리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디지털 교육을 먼저 시행했던 나라들의 교육 정책 변화를 주목하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들과 같은 길을 가지 않는 지혜(?)가 필요한 때.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융합적 교육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더 절실해 보인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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