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규 신임 전주지방법원장이 취임했다. 대법원이 지난 5일 전국 법원장 16명에 대한 보임·전보인사를 단행한데 따른 것이다. 전주 출신으로 지역에서 고교와 대학을 나와 주로 전주와 광주, 창원 등에서 근무한 정 법원장의 취임을 환영한다. 누구보다 지역을 잘 알고 지역에 애정을 갖고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또한 약자 보호와 공정한 재판을 위해 노력해온 것도 익히 알려져 있다. 정 법원장은 추천제가 아닌 일반 임명으로 법원장에 올라 책임감 역시 막중하다.
정 법원장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재판 지연을 해소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맞는 말이다. 법원은 공정한 재판과 신속한 재판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공정한 재판은 법관이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양심은 국가권력이나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과 중립을 지키면서 국민을 위한 헌신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리고 신속한 재판은 늦장 재판이 아니어야 한다.
지금 법원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가 재판 지연을 해소하는 것이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1심판결 기간이 2017년 말 평균 294일에서 2022년 말 420일로 43%가 길어졌다. 이같은 재판 지연으로 소송 당사자의 경제적·정신적 고통이 심각한 상황이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부담이 커지고 범죄 피해자 구제가 늦어지는 것이다. 반면 정치인 등 권력자들은 재판부 기피신청과 무더기 증인 신청 등으로 재판을 질질 끌어 오히려 사법불신을 부르고 있다. 선거법으로 기소된 정치인이 임기를 채우는 일도 흔하다. 사건 자체가 복잡해졌고 고등법원 부장판사제 폐지, 판사들의 워라벨 중시 풍조 등 원인은 여러 가지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대법원은 재판장 교체 시기를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법원장도 직접 재판을 맡도록 했다. 나아가 AI 활용까지 검토하고 있다.
전북은 법조계에서 존경받는 인물을 많이 배출한 곳이다. 우리나라 사법의 여명기에 뼈대를 세운 가인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 사도법관 바오로 김홍섭 서울 고법원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법조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선배 1위와 2위에 올라 있다. 전북은 노인과 경제적 약자가 많은 곳이다. 이들의 기본권 보장에 힘쓰는 한편 선거사범 등은 신속한 재판을 통해 엄격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전주지법이 도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사법기관으로 우뚝 서는데 정 법원장이 크게 기여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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