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여소야대 정부에서 고립
민주당 독주와 국민의힘 외면
민주당 압승 윤 정부 변화 예고
정부여당 민주당 동의 없이는 거부권도 한계
대연정 수준의 협치 없다면 전북현안 난맥 지속
권력투쟁 아닌 협치 속에서 전북 몫 찾기 수월
윤석열 정부가 4·10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야당과의 ‘협치’와 ‘소통’ 없이는 국정운영이 어렵게 됐다. 정부가 22대 국회에서도 지난 국회 때와 비슷한 원칙을 고수할 경우 ‘거부권’ 대통령과 ‘입법독주’ 거야는 계속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전북의 경우 이미 ‘여소야대’ 정국에서 제 몫을 챙기기는커녕 현안이 크게 후퇴한 만큼 ‘대연정’ 수준의 개각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민주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전북지역도 연정 하에선 '거야 민주당'에 국정운영의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면서 지역발전에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 정부와 정치권 관계자 다수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국정 수습과 관련 '서둘러야 한다'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일단 여론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최대한 고심하고 있다.
특히 후임 국무총리와 비서실장 인선의 큰 방향은 대야 소통 등을 위한 '협치형·소통형·정무형'에 방점이 찍혔다. 국무총리에 박영선 비서실장에 양정철을 기용할 수도 있다는 일각의 보도도 이러한 흐름에서 비롯됐다. 윤석열 정부의 딜레마도 여기에서 발생했다. 야권 인사를 중용하면 ‘정체성’ 문제와 지지자들의 반발에 휩싸일 수 있고, 반대로 보수 인사 중에서 고르면 ‘혁신’에 취지가 퇴색될 수 있어서다.
하지만 필연적으로 윤석열 정부 후반기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조기 레임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각에서 ‘대연정’ 수준의 정부가 해답이라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에 표를 몰아준 전북 역시 권력 투쟁보다 대연정 수준의 여야의 협치 속에서 지역 몫을 찾기가 수월할 것으로 분석된다.
대연정은 대단위 연립정부의 줄임말로 원내 1, 2당이 함께 연립정부를 구성하거나, 그에 준하는 포괄적 연정 수립을 의미한다. 대연정은 일반적으로 참여 정당들 사이의 이념 성향 차가 클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의석 구도상 여당에 불리할 때 이뤄진다.
그러나 한국처럼 5년 단임제 대통령제 국가에선 이제까지 연정의 필요성이 낮았다. 대통령제에서는 탄핵 저지선만 지키면 정부의 성립과 존속이 의회의 신임 여부에 종속되지 않아서다. 대선에서 1등을 차지하기만 하면 행정 권력을 독식하고, 거부권과 시행령을 통해 국가를 운영할 수 있다는 점도 우리나라 정치가 대권에 매몰된 이유다.
이러한 구도는 이번 총선에서 다소 달라졌다. 1987년 사실상 직선제 대통령제 개헌 이후 대통령 임기 내내(5년) ‘여소야대’ 정부가 탄생해서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박영선·양정철 하마평도 이러한 배경에서 불거져 나온 것이다.
한마디로 대연정에 준하는 동거정부의 가능성이 등장한 셈이다. 동거정부는 여당과 의회 다수당이 다를 경우 대통령이 의회 다수당 출신의 인사를 총리로 기용함으로써 구성되는 연정이다.
우리나라에선 2005년 6월 노무현 대통령이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영수회담에서 제안한 대연정 구성안이 마지막 연정 제안이었다. 노 대통령은 박 대표에게 선거제 개혁을 한나라당이 동의해 준다는 것을 전제로 국무총리를 포함한 장관 임명권 즉 내각 인사를 한나라당에 넘기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다수의석이 보장된 박 대표는 단칼에 거절했다.
한국정치사에서 연정이 이뤄진 실제 사례로는 199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이 “대선 후보를 김대중 총재로 단일화하고, 집권 시 실질적인 각료 임명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갖는 실세 총리는 자민련 김종필 총재가 맡도록 한다”고 합의한 것이다. 일명 DJP 연합이다.
윤 대통령이 대연정 구상을 돌파구로 삼을 수 있는 배경은 충분하다. 22대 국회 의석은 절대적으로 윤 대통령과 여당이 불리한 데 국민의힘 108석을 빼면 192석 모두 반윤(反尹)정당으로 이뤄져 있다. 정부·여당은 민주당의 동의를 받지 못하면 국회에서 법안과 예산안을 아예 없을뿐더러 대통령의 인사권에도 제동이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전 '권력의 협업'을 강조하며 사실상의 연정을 제안했다.
박 교수는 “총리인선은 민주당의 총리 지명권 제의 또는 국회 교섭단체나 정파별 총리추천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 “정치적 책임을 국회와 공유하는 '권력 협업‘”을 대안으로 강조했다.
가장 최근의 권력 협업 사례는 지방정부인 전북자치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김관영 전북자치도시사의 일명 ‘실용주의 협치’ 모델인데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인 김 지사는 3급 정책협력관 자리에 국민의힘 당직자 출신인 박성태 국장을 임명하는 파격을 보여줬다.
도내 선출직이 전부 민주당 출신인 만큼 국민의힘의 협력 없이는 국가예산에 의존하는 도정에 발전이 없다는 위기감 에서다.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이 도정 협력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컸던 것도 사실상 지방정부 수준에서 소연정 모델을 차용한 것이다. 이보다 앞선 2014년에는 남경필 경기지사가 정무부지사를 사회통합부지사로 변경, 새정치민주연합 측 인사를 임명하고 일부 권한을 위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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