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부터 일본 1만 엔 신권의 등장 인물은 메이지 시대의 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를 대신해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이치(1840~1931년)로 바뀐다. 기업인이 일본 지폐에 나오는 것은 처음인데 가뜩이나 기업활동이 위축돼 있고 관존민비 사상이 팽배한 전북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대장성의 관리로 들어가 일본의 화폐·금융·조세제도 등의 밑바탕을 설계해 ‘일본 경제의 설계자’로도 불리는 시부사와는 ‘상업이 부흥해야 나라가 선다’는 강한 신념을 가졌다. 관직을 내려놓고 실업가로 전향해 일본 최초의 은행인 제일은행을 비롯해 철도·가스·전등·방직 회사 등 500여 개의 기업을 세웠다. 그러면 몇가지 통계를 들어보자.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 2685개 중 전북 기업은 코스피 12개사, 코스닥 20개사, 코넥스 3개사 등 모두 35개사에 불과하다. 전북의 1인당 GRDP는 3200만원, 충남은 5900만원으로 두 배,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는 전북이 8500억원, 충남은 2조50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결국 극단의 어려움에 처한 오늘날 전북의 활로는 기업활동에서 찾아야 한다. 모든 정책의 초점을 민간기업 활성화에 둬야 한다. 요즘 의사들 사이에서는 대전까지는 그래도 봐줄만한데 그 이남으로 내려오면 루저(Loser 실패자)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비단 의료계 뿐이랴. 안타깝지만 이게 엄연한 현실이다. 지금은 민간 영역에서 스스로 춤출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민간 부문의 기업가 정신과 자립성 확보다. 기업인 중에는 스스로 독립하지 못하고 관에 기대 손쉽게 사업을 하려하고 부스러기를 줍는 타성에 빠진 이들이 없지않다. 대표적인게 전주상공회의소다. 타 시도의 경우 대부분 내부에서 사무처장을 승진시키고 있다. 일부 상의는 외부에서 상근부회장을 초빙할 경우 사무처장은 내부에서 기용하는 방식인데 유독 전북은 관변 퇴직자들의 자리가 된지 오래다. 군산상의, 익산상의는 내부또는 외부 인사를 번갈아 사무처장으로 기용하고 있으나 전주상의는 수십년 역사상 단 한명의 사무처장을 제외하곤 모두 퇴직했거나 정년이 임박한 공직자의 자리였다. 한편에선 전주상의 회장이 바뀔때마다 사무처장 등이 홍역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나 현실은 처장이 어떤 형태로든 회장 선거때 특정인에게 경사될 수 밖에 없고 선거가 끝나면 결과적으로 운신의 폭이 크게 좌우되는 일도 있다고 한다. 전북건설협회 전북도회의 경우에도 그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내부 사무처장은 단 2명에 그쳤다. 이제 전북 기업인들의 관행과 의식도 크게 바뀌어야만 한다. 관에서는 지금보다 더 기업이 스스로 춤추게 하는 철저한 기업친화형 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공인들이 직함 하나 가지고 적당히 자기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편의를 도모하려는 보신주의에서 벗어나 확실히 뛰고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야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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