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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록유산 등재,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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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가 동학농민혁명의 역사를 조명하기 위해 기획 취재를 시작한 것은 백 주년을 한해 앞둔 1993년이었다. 그 뒤 취재팀은 꼬박 2년 동안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동학농민혁명 유적지를 답사하며 후손들을 만났다. 전문가들과 함께한 취재였지만 동학농민혁명의 역사를 알아가는 과정은 결코 평탄치 않았다. 가장 큰 어려움은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역사가 기록으로 말하는 것이라면 이미 대부분 기록이 묻힌 갑오년 역사는 온전한 실체를 얻기 힘든 대상이었다.

갑오년의 역사가 민란이 아닌 혁명으로 제 이름을 찾은 것도 1994년 백 주년을 맞은 즈음이었다. 이후에도 갑오농민전쟁동학농민혁명을 두고 학계의 명칭 논의가 뜨거웠지만 2004년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갑오년 역사는 비로소 동학농민혁명이란 이름을 얻게 됐다.

돌아보면 동학농민혁명 100주년은 역사 찾기의 새로운 분수령이었다. 연구자들의 연구작업이 활발해진 것도 이즈음부터였는데 덕분에 숨겨졌거나 묻혀있던 갑오년 기록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동학농민군 임명장과 회고록, 동학농민군 진압에 가담한 관료와 진압군의 공문서, 조선 정부 기록, 민간인의 문집이나 일기, 동학농민혁명을 경험했거나 전해 들은 개인의 견문 기록 같은 자료들이었다. 1894년부터 그 이듬해까지 이어진 동학농민혁명과 관련된 이 기록물들은 사료의 희귀성에서도 그렇지만 시간과 공간, 사건의 주체가 각각의 관점으로 해석하고 기록한 자료라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지난해 5, 유네스코는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했다. 세계기록유산은 유네스코가 1992년부터 세계의 귀중한 기록물을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해 선정해온 문화유산이다. 지금까지 등재된 세계기록유산은 2023년 기준 193개국 1,092. 독일이 67건으로 가장 많다. 우리나라는 훈민정음과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절, 승정원일기, 조선왕조 의궤, 고려대장경판과 제경판, 5·18 민주화운동기록물, 난중일기를 비롯해 가장 최근 등재된 동학농민혁명기록물까지 12건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세계기록유산이 되면 보존과 관리를 위해 유네스코로부터 재정과 기술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되니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면서도 보존의 길까지 열리는 일거양득의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이들 기록물의 활용이다. 역사적 사료는 보존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잘 활용할 수 있을 때 더 큰 가치를 얻게 된다. ‘조선 백성들이 주체가 되어 자유, 평등,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지향했던 세계사적 중요성'을 인정받은 이 기록물의 다양한 활용법이 모색되기를 기대한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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