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빵지순례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전국의 유명한 빵집을 찾아다니는 일을 ‘성지 순례’에 빗대어 이르는 말인데 유명한 빵집을 다니며 줄을 서고, 맛있게 먹고, 이를 촬영해서 올리는 것도 하나의 유행이자 즐거움이다. 얼마전 매우 쇼킹한 뉴스 하나가 전파를 탔다. 충청도 대전 지역을 기반으로 한 빵집 ‘성심당’의 운영사 로쏘는 지난해 매출 1243억원, 영업이익 315억원을 기록했다. 프랜차이즈를 제외한 단일 빵집 매출이 1000억원을 넘은 건 전국에서 성심당이 처음이다. 1956년 대전에 설립된 성심당의 가장 큰 특징은 대전에서만 매장을 운영한다는 점이다. 한국 최초의 빵집으로 알려진 전북 군산 빵집 ‘이성당’은 작년 매출 266억원, 영업이익 34억원을 기록했다. 이성당은 1945년 해방 직후 일본인이 남기고 간 제빵 기구를 사용해 빵 맛을 재현한 업체로, 당시 개점한 본점을 비롯해 전국에 9개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표 메뉴는 단팥빵과 야채빵으로 매 주말마다 1만개 이상 팔린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빵이 이젠 단순한 주전부리 수준을 넘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단단히 한몫 하고있다. 성심당의 폭발적인 성장은 빼어난 맛과 마케팅 뿐만 아니라 철도를 기반으로 한 대전역의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하나의 재미있는 사례를 들어보자. 일제때인 1931년 대전, 익산, 김제 등은 동시에 읍으로 승격했다. 그런데 이듬해 대전역은 호남선과 경부선 철도의 분기점이 되면서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먼 훗날 경부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가 생기면서 대전은 익산이나 김제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대형 도시가 됐다. 도시의 발전과 성장의 원인은 수없이 많지만 하나만을 든다면 철도를 중심으로 한 교통망 이라고 할 수가 있다. 인구 144만명인 대전의 경우 경부선·호남선, 경부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의 분기점이 되는 교통의 요지라는게 결정적 이유다. 1905년 경부선의 통과역으로 결정되고, 1913년에 대전을 출발점으로 하는 호남선이 개통되어 영호남을 연결하는 교통상의 요지로 대두된게 결정타였다. 1931년에 대전면이 읍으로 승격하고, 이듬해 충청남도 도청이 이곳으로 이전하자 신도시 대전은 더욱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익산시의 경우 일제강점기 미곡집산지로 발달하면서 1908년 전군가도(全群街道)가 개설되고, 1912년 호남선, 1913년 군산선, 1936년 전라선 철도가 개통되는 등 육상교통의 중심지가 됐으나 한계가 뚜렷했다. 삼한시대부터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녔던 김제시도 대전, 익산과 똑같이 1931년 읍으로 승격했으나 철도망의 협소, 곡창지대의 잇점 등이 사라지면서 인구소멸과 싸우는 상황이다. 급격히 변화하는 시기에 그 기류를 타느냐, 못타느냐는 훗날 어마어마한 차이를 가져온다. 빵지순례 열풍이 불고있는 요즘 이성당과 성심당을 지켜보는 소회의 일단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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