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하는 팀원이 얼마 전에 함양군으로 이른 휴가를 다녀왔다. 짧은 여행부터 워케이션까지 각 지자체의 생활인구 지원 프로그램을 모아놓은 앱을 통해 지역을 선정하여 다녀온 것. 나 홀로 여행보다 안전하고 지원 혜택이 만족스러웠으며, 룸메이트와의 교류도 좋았다고 했다.
지방소멸의 대안으로 생활인구가 부상하고 있다. 생활인구란 주민등록 거주자에 통근·통학·관광 등의 목적으로 지역에 월 3시간 이상 체류하는 사람, 등록외국인, 재외동포까지 확대한 새로운 인구 개념이다. 남원시는 2023년 말에 전국 최초로 생활인구 기본조례를 제정할 정도로 생활인구를 통한 지역 활성화에 적극적이다.
필자는 올해로 3년째 생활인구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다양한 경력을 가진 서울 신중년 세대와 남원의 사회적경제기업·소상공인을 연결하여 지역 살아보기와 프로보노 활동을 결합한 투어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지역민의 필요와 생활인구의 전문성을 세심하게 매칭하여 공동의 성과를 만들어야 하기에 한 번에 30명 내외 소규모로 진행하지만, 내용은 꽤 역동적이다.
생활인구 투어 경험자들과 서울에서 합동 프리마켓을 진행하기도 했고, 담당 기업에 대한 프로보노 계획을 세운 후, 2차 방문을 통해 현장 체험을 하는 워킹홀리데이 방식을 실험하기도 했다. 이틀 동안 주최 측의 관여 없이, 기업 대표와 생활인구 참여자가 자발적으로 교류해야 하는 미션이었다. 일 체험을 마치고 공유회를 하니 사전 방문 때와는 사뭇 다른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비즈니스를 넘어 서로에 대한 정이 묻어나는 현장을 경험하고 나니 보람이 컸지만, 생활인구 사업 자체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생활인구 프로그램 추진을 할 때, 도시 참여자보다도 지역민들을 설득하고 결합시키는게 훨씬 어려웠다. 그래서 생활인구의 취지보다 SNS 홍보나 경영 컨설팅, 전문 사진 촬영 등 프로보노 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 위주로 참여기업을 섭외할 때도 있다. 지역민과 생활인구 참여자들이 교류를 진행해도 서로 간의 만족도가 항상 높고,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일회성 만남으로 끝나지는 않는 데에 반전이 있다. 투어 경험자들이 명절에 남원 제품을 소개하여 적극적으로 구매 연결을 하거나, 메가쇼 같은 대형 식품 박람회에 출점한 남원 기업을 만나러 응원 방문을 하곤 한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남원에 관심을 갖고 교류하며, 로컬기업에 프로보노 활동과 제품 구매 등을 통해 기여하는 생활인구 그룹을 ‘남원 팬슈머(fansumer)’라고 부른다. 팬(fan)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팬심을 바탕으로 생산이나 마케터 역할까지 관여하는 팬슈머 현상을 생활인구에 대입해 본 것이다.
소멸 위기를 돌파하려는 지역들이 활력의 동력으로 대규모 생활인구 유치를 선언하고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생활인구 산정 기준이 지극히 기계적이라는 데에 있다. 인구수와 구성비, 성별, 연령대, 체류 일수 등은 지역별 생활인구 기반과 가능성을 가늠하는 기초가 되어야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양적인 성과를 중심으로 지자체들이 경쟁하는 구도가 된다면 결국 더 많은 지원과 혜택을 기준으로 서울 수도권 주민들이 지역을 소비하는 구도가 되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지역 특성에 맞춰 다양하게 생활인구를 호명하고, 지역민은 환대를 통해 상생의 가치를 함께 체득하고 만들어나갈 때 진정한 대안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최규혜 남원시공동체지원센터 사회적경제팀장
△최규혜 팀장은 남원아이쿱생협 상임이사·(사)전국귀농운동본부 편집간사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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